[김현주기자] KBS가 수신료 1천원 인상 관련 '국민 여론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자사 입장만을 반영한 조사와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가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일부 설문만으로 자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KBS는 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디지털시대 방송의 역할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중 수신료 관련 부분만을 공개했다.
이날 KBS가 공개한 설문조사 항목은 9개다. 올해 1월9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객관식, 일대일 개별 면접조사로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KBS 수신료 인상액 '1천원'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5.5%이며, 인상액이 높은 편이거나 매우 높다는 응답은 각각 24%, 8.5%다. '수신료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인지 질문에 대해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은 27.6%였고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라는 응답이 51.6%였다.
'국회가 책임감 갖고 조속히 수신료 인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대체로 동의한다'가 58.3%,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27.3%였다.
◆원하던 결과만 제시하고 국민 여론?
이번 조사에 대해 KBS는 '국회가 조속히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거나 '매우 동의한' 응답을 전면에 내세웠다.
KBS 길환영 부사장은 "국민 64%가 수신료 인상안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국회가 KBS 수신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질문 요지를 국민이 수신료를 통과하는데 찬성하고 있는 해석을 한 것.
수신료 인상이 적절한지, 시기는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설문을 진행하지 않아 국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보기 어려워 보인다. 또 KBS가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공성 확보 등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국민 의견 수렴 항목도 없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KBS 하동균 미디어리서치 부장은 "KBS 수신료 인상안은 국회에 상정돼있으므로 이미 찬성, 반대의 이슈가 아니다. 국회 통과 여부의 문제이기 때문"라며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가야할지 설문한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6월 공공미디어연구소, 미디어행동 등이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수신료 반대 의견이 80.2%로 높았고 찬성 의견은 16.1%에 불과했다.
수신료 인상안이 논의가 본격화하던 2011년 2월11일부터 18일까지 아이뉴스24가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천307명의 4%만이 '인상에 찬성하고 광고도 현재대로 허용'한다는 안을 선택했다. 응답자의 95%는 '1천원 인상, 광고 유지'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KBS는 사용했던 설문조사지와 세부 내용 등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방침상 외부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신료 외에도 다른 사항도 포함돼있고 KBS 정책이 반영돼있기 대문"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KBS는 지난 2007년부터 수신료 1천원 인상을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011년 2월 방통위가 '수신료 1천원 인상, 광고 현행 유지' 안을 찬성해 국회에 회부했다.
2011년 내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2012년 1월5일 'KBS 공영성 강화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의 건'이 기습상정된 후 이 문제가 다시 급부상했다. 현재 여당은 2월 처리를 목표로 소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보류 중이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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