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제약사들이 새해 들어 일반의약품(OTC)의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할 계획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료값 및 물가 상승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시행을 앞둔 일괄 약가인하에 따른 매출 손실분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1일부터 종합비타민 '아로나민골드'와 '아로나민씨플러스' 공급 가격을 10%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 압박으로 약값 인상을 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태평양제약은 패치형 소염진통제 '케토톱'의 출하량을 조절하면서 공급 가격을 5% 인상했다.
동화약품의 '까스활명수'는 다음달 1일 10% 내외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종근당의 '펜잘' 역시 3% 정도 소폭 인상될 예정이다.
광동제약도 우황청심원의 공급 가격을 20% 인상할 계획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우황청심원의 경우 원료가 되는 우황 값이 2배 이상 오른 상태지만, 그동안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가격을 유지해왔다"며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의 '베아제', 베링거인겔하임의 '둘코락스', 고려은단의 비타민C 제품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원료 가격 및 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일반약은 가격 인상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올 새해를 맞아 연이은 제약사들의 일반약 가격 인상은 리베이트 강화와 약가인하 등 계속된 악재에 악화된 업계 환경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이 그동안 소비자 부담을 우려해 원료값 상승에도 가격 인상 요인을 안고 왔지만 이제 약값을 올리지 않으면 손실이 만만치 않게 되는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또 시행을 앞둔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폭 인하되는 전문의약품의 매출을 모두 만회하기는 힘들지만, 타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사들이 인지도와 메리트가 있는 일반약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부담과 정부의 물가 방침을 고려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지만 이제 손해를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제약사들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리베이트 강화와 약가인하 시행 등 올해 제약환경을 감안하면 주요 일반약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제약사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 타격을 일반약 가격 인상으로 적게나마 매출을 보전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통상적으로 매해 원가 상승 등으로 인상 요인이 거론되는 일반약 가격 인상 추세를 일괄 약가인하에 대한 대안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격 인상이 거론되는 일반약을 보유한 A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상이 거론되는 품목 등을 보면 인상폭은 낮은 반면 브랜드 인지도는 높고 광고 노출도 잦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의 전문약·일반약 간 매출 비중의 차이가 너무 커 100배 이상의 불가능한 가격 인상이 없는 한 매출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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