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이정희·심상정, 야권연대 놓고 미묘한 신경전

[채송무기자] 한명숙 민주통합당 신임 대표와 이정희·심상정·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 대표가 야권연대 관련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한 신임 대표가 취임 인사차 17일 통합진보당 대표실을 방문해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통합진보당 대표들은 작심한 듯 전날 제안한 야권연대 안에 대해 거론했지만, 한 대표는 "아직 통합은 끝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심상정 공동 대표는 이날 "어제 저희가 결례를 무릅쓰고 제안했다. 사실상 통합 국면이 끝났으니 이제는 서둘러 총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제는 국민이 바라는 정권 교체를 위해 정치권이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심 공동 대표는 또 "정권 교체는 당연하고 한 대표가 취임했으니 숙원 과제인 정치 개혁을 과감히 이루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합진보당은 전날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기초한 정당 지지율에 따라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명숙 신임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승리하는 구도와 경쟁력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통합진보당의 제안은 승리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자는 것으로 바라는 바다. 대화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허나 '왜 내가 저 당에서 이 당에 왔나. 우리는 같이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같이 할 수 없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역공을 펼쳤다.

한 대표는 "민주통합당이 미완의 통합을 했지만 저는 통합이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큰 통합으로 힘을 키우고 반 한나라당의 모든 세력을 묶는 정권 교체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과거 정권 교체를 했을 때 보수로도, 진보로도 공격을 받아 세운 정책의 절반 밖에 실현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민주진보정권이 필요하다. 다르지만 작은 차이는 접합해 나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다보면 좋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양당 대표들은 한미 FTA 폐기 등 현안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입장을 같이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한미 FTA 발효에 대해 2월 중순, 3월 초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발효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하자, 한 대표는 "첫 지도부 회의 때 발효를 중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고 동감을 표했다.

<사진=민주통합당 한명숙(맨 오른쪽) 신임 대표가 이정희·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