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묘수를 찾아라]게임! '제 2의 K-팝'을 향하여


'공감'의 소통으로 밝은 이미지 심어야

지난 2009년 김정호 제 4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시절. 김정호 협회장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과 대국민 인식을 바꾸기 위해 '그린게임 캠페인'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그는 당시 사행화 문제로 지탄받던 웹보드 게임에 대한 자율규제책으로, 본인인증 강화와 '고스톱, 포커류 게임' 10시간 이용제한을 도입했다. 청소년 게임이용시간 제한 서비스, 사회환원 프로그램도 실행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업계의 비협조 아래 흐지부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업체들은 이 활동에 부정적이었다"면서 "금전적인 부담을 느낀 업체들은 참여를 꺼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게임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의 최소화나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업계 스스로 이를 외면한 셈이다.

한 술 더 떠 '게임만 잘해도 웬만한 대기업 연봉을 챙길 수 있다'며 수백만원의 현금을 주는 이벤트도 나왔다.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아파트 경품 이벤트도 내걸었다. 고스톱 및 포커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상품권, 순금 등 환가성 경품을 내걸고 영업을 해 '바다이야기의 온라인판'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게임산업은 우리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고, 우리의 신성장동력 산업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녀의 과몰입을 걱정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게임 회사들이 수익을 챙기는데 앞장서면서도 부작용 해결에는 '나몰라라식' 대처를 하고 있다며 질타한다.

게임산업의 긍정적 측면이 사회적 공감을 얻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과몰입이나 사행성 문제같은 부작용 해결에 업계 스스로 깊은 고민과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공생'으로 시장 파이 키워야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눈 앞의 이익을 넘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확률형 아이템은 상자, 캡슐, 뽑기, 복권모사 형태로 게임 내에서 구현되며 이용자가 이를 구매하도록 설계 돼 있다. 사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나 다를까, 민원이 들끓었다. 국정감사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최근 온라인 게임물에 확률형 아이템이 상시 또는 이벤트 방식으로 도입돼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게임물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서만 획득이 가능한 희귀 아이템을 제공해 청소년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반복적인 결제를 유도한다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임머니로 획득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설정해 놓기 때문에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이용자는 반복해 유료 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강약이 있겠지만 상위 10개 게임사 대상 실태조사에서 모든 게임사가 5~20개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을 쓰고 있다.

게임업계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인식은 하고 있다. 이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약도 발표한 바 있다. ▲판매가에 비해 가치가 낮거나 ▲게임 내에서 획득되지 않거나 ▲캐시인 경우 확률형 유료아이템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자율 규약을 만든 것.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 이종배 실무관은 "자율규약에선 투입 금액 대비 '꽝'이 없어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꽝도 많이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이용가 게임의 경우 꽝은 없지만 필요 없는 아이템을 줘 꽝과 마찬가지인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 이기정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확률형 아이템은 법적 사행성 유무를 떠나 갈수록 과도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게임업계에 일반 이용자들이 판단하기에 건전한 범위 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확률 범위를 조정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이용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라도 업계 스스로 만든 개선안이라면 더욱 철저히 지켜가야 한다.

◆긍정의 소통관계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게임 업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업계 내의 소통의 노력마저 부족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게임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 공동의 노력은 부족해지고 업계 내부의 의미있는 목소리조차 만들지 못한다.

게임 업체들은 각각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다. 이를테면 NHN 한게임은 고스톱·포커게임 등 웹보드게임이, 아이템 현금거래와 과몰입 등이 이슈가 되는 MMORPG는 엔씨소프트, 초등학생 이용자가 많은 게임을 가진 곳은 넥슨, 폭력성 이슈가 걸리는 총싸움(FPS) 게임의 명가는 CJ E&M 이런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추진될 때 게임 업계가 '설마 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측면이 있다"며 "셧다운제의 문제는 청소년 이용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넥슨이 책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다수의 업체가 별로 신경을 안썼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제 도입 논란이 한창일 때,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자리는 3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알리고 합리적 규제방안을 제시할 협회의 대변자를 구하지 못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프로야구단 창단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취임 초기라며 부담스러워 했다. 중견 업체 몇몇 대표들 중에도 회사 업무를 이유로 협회장을 고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술이나 담배 등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유해물과 단면적으로 비교해 규제의 틀 속에 가둬놓으려는 법률안이 나온 상태라는 것을 보면 업계 스스로의 신뢰쌓는 노력도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중소 게임 개발사 대표 역시 "밖으로 보여주기에만 급급했지 그동안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게임의 역기능 해소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어찌보면 셧다운제는 상호소통과 신뢰를 못가진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회사들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각종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업계를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하기 일쑤지만, 업계가 '제 몫만 챙기는 장삿꾼'으로 안주한다면 긍정의 인식을 얻기가 쉽지 않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엔트리브소프트 직원들은 지난 7일 저소득계층에 1만장의 연탄을 기부하고, 직접 배달을 다녀왔다. 엠게임과 게임빌도 겨울나기를 걱정하는 이웃을 위해 연탄 기부에 나섰다. CJ E&M 넷마블은 공부방에서 활동하는 4만여명의 아동이 먹을 김치를 담그기도 했다. 넥슨과 NHN 한게임은 농어촌 지역이나 아동센터에 도서를 지원한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은 아직도 평균적으로 영업이익의 1%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500대 기업이 평균적으로 영업이익의 2~2.5%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도 "일부 게임사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그 활동 내용이 8조원 시장규모에 걸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타 산업군보다 더욱 높은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사회 기여 활동에 나서야 하며, 게임에 대한 부작용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나 학계관계자들이 적극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감(共感)'의 묘수를 향해

지난 11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건은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이 사고는 과몰입이나 사행성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고객의 개인정보가 송두리째 도난당함으로써 게임 회사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해킹이나 디도스공격 같은 보안사고는 100% 예방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조차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글로벌 기준의 철저한 보안시스템 도입도 늘려야 한다.

1천320만 가입자의 정보유출은 2차 3차의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용자들의 정보는 게임서비스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닌만큼, 사회 구성원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 해킹 사태가 게임업계에도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의미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매일 엄청난 금액의 유료 결제가 이뤄지고, 대규모 개인정보를 보유하면서도 양질의 게임 서비스 제공에 인색한 일부 게임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제5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에 취임한 최관호 협회장은 취임을 맞아 '공감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동안의 게임산업이 가정, 사회, 게임 업계 간 '공감(共感)'이 없었다는 반성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게임산업이 가정과 사회의 공감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우리의 성장 동력산업이라는 기대와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업계가 앞장서 사회와 소통하고, 문제점 해결에 나서야 한다.

업계와 정부, 이용자들이 공감을 이룰 때, 그것이 바로 '승자가 되는 묘수'가 될 것이다.

특별취재팀(강호성 팀장, 김관용 기자 game@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