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역시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전격 단행된 12.2 전기요금 추가 기습인상을 둘러 싼 지식경제부와 지경부 산하 한국전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달 하순 한국전력 이사회는 전기요금 10% 인상안을 의결하고 지경부에 제출했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 실무진이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보고서를 작성해 지경부에 올리고, 지경부가 내부적 검토와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무진이 아닌 한전 이사진이 직접 나선 것. 그만큼 원가에도 못미치(90%)는 전기요금으로 한전의 누적 적자가 심각한 수준임을 반영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지난 8월 4.9% 인상 시 올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점을 들어, 절대로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경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지경부 자체 검토 이후 인상 타당성이 있을 경우에만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이번에는 내부적인 검토를 생략하고 바로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에 지난 30일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른 아침 지경부 기자실에 들러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 사실화했다.
정 실장이 이른 시간에 기자실에 들른 이유는 이날 모일간지에 실린 '전기요금 4.5% 추가 인상 확정'에 대한 해명을 위해서 였다. 그는 현재 기획재정부, 지경부, 한전이 협의하고 있는 만큼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일축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이와 관련,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면서도 재정부·한전 등과 협의가 끝난 상태인데 이번 보도로 다시 협의를 할 것이고, 이과 관련한 브리핑도 1일에서 2일로 연기한다며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힘을 실어 줬다.
우리나라 공공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에 한 번쯤 나가본 사람이면 다 알 것이다. 주요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두배, 많 게는 서너배 비싼 대중교통 요금과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나라가 살기 좋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을 질타하는 게 아니다. 공기업의 경영난을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정상화해야 하는 만큼 미리 요금을 올려 경영의 숨통을 틔우자는 취지는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 들어 전년 동월대비 물가는 지난 10월(3.9%)을 제외하고는 평균 4.47% 뛰었다.아직 12월 물가상승률이 나오지 않았으나 올해 물가 상승률 평균 4.42%이다. 정부가 올초 내세운 3.0%와는 천양지차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과천정부청사 입구와 재정부 사옥 전면에 내건 '중산층을 두텁게, 서민을 따뜻하게'라는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올초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던, 친서민을 표방한 MB정부가 한 게 무엇이지 묻고 싶다. 내년 예산에 서민을 위한 복지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많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게 친서민 정부일까?
이보다는 차라리 서민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작은 정책이 오히려 공감을 얻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고유가에 힘겨워 하는 국민과 산업계를 위해 유류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 같은 것 말이다.
지금 정부를 보면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나는 꼼수다' 시리즈 가운데 한편을 보는 것 같다.
지난 8월 전기요금 인상 후 물가 상승률은 5.3%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정부는 4.5%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려 전기요금 현실화를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어떤 정책이 서민을 살리는 길인가를 알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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