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FTA' 놓고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문현구기자] 한나라당이 17일 마라톤 의원총회 끝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에 대한 표결처리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여야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발효 3개월내 ISD 재협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비준안 자체도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를 진행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조속히 비준안을 처리하되 구체적인 처리 시기와 방법 등 절차에 대해서는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의총을 거치는 과정에서 비준안에 대해 '강행처리'가 아닌 국회법에 따른 '표결처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비준안 처리에 대한 정당성을 확실하게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준비 작업도 하나 둘씩 진행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의총과 별개로 외통위 비준안 처리 가능성에 대비해 당내 협상파인 김세연 의원과 북한인권 문제로 미국을 방문중인 차명진 의원을 빼고 원조 강경파 외통위원인 안상수, 이윤성 의원을 재투입시켰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외통위 처리 절차가 여의치 않을 경우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비준안 직권상정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비준안 처리의 'D-데이'는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무 사령탑인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통령 국회 방문 이후 민주당이 다시 내놓은 안을 보면 과연 협상의 원칙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과연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것인가. 이제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밝혀 '단독처리'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당의 '공세'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단독처리에 따른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충돌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대는 여야간 온건파들의 '타협점 찾기'이지만 양측 모두 강경파의 입김이 거세지는 상황이기에 물리적 충돌을 막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일보 직전까지 와 버린 시점에서 여야의 '최후 선택'이 어떻게 이뤄질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