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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약가 인하' 된서리에 제약업계 '벼랑 끝'


동아제약 등 수백억원 매출 손실 불가피…집단 반발 움직임도

[정기수기자] 사상 최초로 적용된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로 제약사마다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예상돼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의 약값을 최대 20%까지 내리는 제도다.

이같은 '약값 폭락' 악재에 제약업계는 이번 조치의 처벌 기준에 대해 부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법적 대응 등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동아제약, 종근당 등 약가 인하로 수백억원 매출 손실 불가피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원군 보건소 등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제약사 6곳의 115품목과, 의료인에게 금전을 제공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적발된 종근당의 16품목 등 총 7개업체 131품목에 대해 오는 10월중 약가를 인하키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사례로 해당제약사는 동아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한미약품, 영풍제약, 구주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이다.

특히, 이번 약가인하 조치로 동아제약은 위장약 '스티렌'과 고혈압치료제 '오로디핀' 등 두 품목이 모두 20%의 인하 적용을 받아 수백원대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매출 278억원을 기록한 '오로디핀' 역시 20% 인하를 통해 56억원가량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두 품목의 손실만 해도 200억원을 넘어서는 데다, 나머지 9품목의 인하액까지 더해질 경우 총 300억원대에 가까운 매출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상위제약사인 종근당, 일동제약, 한미약품 등도 이번 약가 인하로 연매출 30~40억원대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은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6.25mg'과 '애니디핀'의 약가가 20% 인하되고, 일동제약도 지난해 2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위장약 '큐란정'을 비롯해 8개 품목의 약가가 4.59% 인하된다.

한미약품의 경우 인하율은 1.82%에 그쳤지만, 주력제품인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정'과 '아모잘탄정' 등을 포함해 적발된 품목이 61개에 달한다.

이들 제약사가 약가인하 시행 후 2년 안에 다시 리베이트 수수행위로 적발되면 인하율이 100% 가중된다.

제약사들 "심하다"…법적 대응도 불사?

이에 대해 해당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제공 품목과 직접 관련이 없는 품목까지 인하대상에 포함된 이번 약가인하 조치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제공은 영업사원 개인 문제로 회사와 무관하고, 약가인하 폭 역시 너무 과중하다는 점을 이유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재심의를 요청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특히 철원 보건의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 단 1개 의료기관에만 제공된 리베이트 행위를 토대로 의약품 전체 매출로 확대 해석해 약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제약사들의 주장이다.

해당 제약사들은 이에따라 약가인하 취소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인 대응도 불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A제약사 관계자는 "가처분신청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장 접수 시점을 택일하는 상황"이라면서 "다른 제약사들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손실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신중히 검토해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각 제약사마다 손실 규모가 달라 입장이 다소 다르다"면서도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정부의 각종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소송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약가인하는 제약사의 매출을 결정하는 생존 문제"라며 "한 직원의 잘못으로 약가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매출 손실은 물론 회사 이미지에도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에 대해 제약사가 규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 무리한 잣대를 들이댄 지나친 행정권 남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런 제도하에서는 또 다시 일부 영업사원의 불법 리베이트 행동으로 인해 약값이 반토막 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 영업사원에게 일일히 감시원을 붙혀 단속하면 모를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 방안을 오는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말 약가고시 후 10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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