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시스코가 정확한 수치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3천~4천명 정도가 예상되고 있다. 전체 인원 7만3천여명의 4% 가량이다.
이는 26년 시스코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애플이 일으킨 모바일 열풍을 타고 제2의 IT 붐이 불면서 구글, HP 등 다른 IT 기업들이 인력을 보강하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시스코는 지난 2002년에 약 2천명을 감원한 적이 있다.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시장상황이나 경기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다른 기업의 경우 그동안 미루었던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코의 경우 이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존 챔버스 최고경영자는 이와 관련 "경영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신규 사업 진출이 무분별했고 이 때문에 그다지 성공적이 못했다는 점을 통렬히 반성했다.
결국 비용 구조가 높아지고 매출 성장이 부진하며 이익은 악화하는 상황이었다.
존 챔버슨는 이에 따라 시장에서 1~2위를 하지 못하는 비전략 분야의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플립' 비디오 카메라 사업을 접기로 했고 여기서만 550명을 감원키로 했다. 이에 드는 비용만 3억 달러다.
그러나 아직까지 추가 구조조정 대상이 정확히 알려진 것은 아니다. 다만 시스코의 비주력 사업인 컨슈머 분야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미(Umi)' 홈 비디오 컨퍼런스 시스템이나 홈 보안 카메라 등이 그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는 특히 핵심 사업인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2분기 연속 판매가 줄어들었다. 경쟁 업체인 HP와 주니퍼네트웍스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스코는 감원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장점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더 싸게 제공하기 위한 고통스런 구조조정에 들어간 셈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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