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게임업계가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진행될 경우 청소년과 함께 셧다운제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소원 및 국제기구를 통한 항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도 실효성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셧다운제는 인터넷 실명제를 근간으로 하는 제도인데 인터넷은 셧다운제를 회피하기 너무 쉬운 환경"이라며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족이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중독의 특성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셧다운제가 오히려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업계에선 셧다운제의 기술적 도입은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이용자층이 청소년인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넥슨 관계자는 "인증단에서 회원가입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넣으면 연령이 구분되고, 로그인 시 접속을 차단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게임포털인 '플레이엔씨'에 이메일인증제도를 도입한 엔씨소프트 역시 "인터넷 사이트 가입은 개인정보보호법의 방향에 따라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게임 접속은 개인인증단에서 따로 인증절차를 밟게 된다"며 "특정연령에 대해 게임이용을 제한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청소년을 구분해 내느라 청소년이 아닌 성인들까지 인증절차를 거치게 됨으로써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수집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방향과도 상충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4조는 '이용자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외에 본인 인증이 가능한 고유식별번호는 아이핀이 유일하다. 아이핀은 인터넷에서 특정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해 본인 확인을 하는 방법으로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유출방지를위해 아이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아이핀 사용자는 300만명 정도에 불과하며 지난 2월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아이핀 보급대상 웹사이트 또한 1만9천307개 중 3천979개만 채택하고 있어 보급률이 20%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셧다운제 도입은 '주민등록번호의 광범위한 사용 관행을 제한하겠다'는 개인정보보호법과는 정반대 방향의 입법인 셈이다.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청소년보호법 표결에서 재적의원 210명 중 6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며 "통과는 됐지만 전체의 의견을 물었던 이번 표결에서 많은 의원들이 부정적인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이 법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