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오는 29일 SK텔레콤과 KT는 아이패드2를 공식 출시한다. 뿐만 아니라 블랙 제품만 있던 아이폰4 '화이트' 컬러 제품도 함께 출시돼 관심을 끌 전망이다.
그런데 LG유플러스는 왜 '애플 배' 스마트폰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자사 가입자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쓰고 싶어 다른 통신사로 이동해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제품 수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이같은 의문의 답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LG유플러스의 '망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다수 주파수와 다른점이 발목잡아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동기식'방식을 제공한다. 동기식 방식이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기술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이동통신 강국 토대를 구축한 뒷면에는 CDMA 기술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강력한 보호정책이 뒷받침했다.
당시 정부는 CDMA 이동통신망 중 1.8GHz 주파수의 대역폭을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사용중인 표준과 다른 방식을 사용, 통신사업자들이 이용하도록 했다.
노키아나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은 우리나라에 휴대폰을 판매하려면 우리나라 CDMA 특성에 맞는 단말기를 별도로 제작해야 했다. 망 구축을 위한 장비 역시 한국용을 별도로 만들었다.
국내 시장 한 곳만을 바라보고 생산라인을 새롭게 짤 외국업체는 많지 않았고 그 결과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국내 휴대폰 단말기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국제표준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1.8GHz 주파수 활용은 국내 산업에 대한 강력한 보호막이자 외산 단말기가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2000년, 정부가 2.1GHz 주파수를 배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여전히 'CDMA 종주국'의 자부심을 이어가 줄 동기식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신업체들이 제공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대세는 '비동기식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2.1GHz 주파수를 신청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는 모두 비동기식 방식을 이용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미 1.8GHz 대역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주파수 때문에 단말기 수급은 물론 통신장비 구축조차 원활치 않았다는 점을 체감한 통신사들은, 이번에야말로 국제표준인 2.1GHz 주파수를 할당받아 로밍서비스는 물론 단말기 수급에서도 숨통을 틔우고자 했다.
결국 정부(당시 정보통신부)는 총 60MHz 대역 중 40MHz는 비동기식으로, 나머지 20MHz는 동기식으로 이용토록 강제 할당했고,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동기식 2.1GHz 주파수를 할당받은 회사가 바로 LG유플러스다.
비동기식 2.1GHz를 할당받은 SK텔레콤과 KT는 2004년도부터 WCDMA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7년도에는 전국망을 갖춰 본격적인 3G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다. 또 글로벌 로밍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벌이게 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3G망이 아닌 동기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고, 여전히 해외에 나갈 때 로밍을 하려면 단말기를 바꿔들고 나가야 하는 등 불편함이 이어졌다.
결국 LG유플러스는 2006년 7월 백기를 들고 2.1GHz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하고 3G사업권을 포기하게 된다.
◆'동기식' 고집한 덕에 WCDMA 서비스조차 못해
지난 2010년 스마트폰 광풍이 국내 시장을 강타했을 때도 KT는 대표적 외산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SK텔레콤은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 등 다양한 외산 단말기를 공급했지만, 비동기식 망이 아닌 동기식 1.8GHz 대역만을 보유한 LG유플러스는 이들의 스마트폰 마케팅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2를 LG유플러스가 국내에 들여올 수 없는 이유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다.
애플은 CDMA용 아이폰을 개발해 원하는 통신사에 공급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의 CDMA는 그나마 국제표준이 아닌 우리 '특수성'을 고려한 주파수를 활용하면서 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제라도 이같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1GHz 주파수를 재할당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번엔 비동기식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당장 정부로부터 2.1GHz 주파수를 할당받는다 하더라도 3G 스마트폰을 서비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2006년에 주파수와 함께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3G WCDMA망이 없다.
LG유플러스는 오는 하반기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4G LTE 서비스에서 2.1GHz를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2.1GHz가 부족하다고 난리인 SK텔레콤과 KT를 외면한 채 1~2년 후에나 2.1GHz 대역 주파수를 이용할 LG유플러스에 무작정 배분해 주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소비자에게 아이폰을 내놓을 수 없는 LG유플러스의 과거는 이처럼 우리나라 정보통신 역사의 결과물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도 정부의 정책이고, 새롭게 풀어줄 열쇠도 정부가 쥐고 있다. LG 유플러스 가입자들도 아이폰 시대를 열 수 있을 지, 앞으로 방통위의 정책방향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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