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이명박 정권이 2년여 남은 상황에서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LH본사 이전 등으로 지역 갈등이 폭발 지경에 이르고 있어 정권 후반기 안정성이 크게 위협 받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으로 영남,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충청권, LH본사 이전 문제로 호남권 등 각 지역이 관련돼 있는 대형 이슈들이 쟁점화되면서 전국적 규모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선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된 후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은 거의 폭발 지경이다. 4월 임시국회 이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여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와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14일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지역 차별'이라며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대구 달서병 조원진 의원은 "이런 식으로 지역을 차별하고도 이 정권이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가"라며 "지난 정권 10년 동안 영남은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또 예산을 차별해 주고 있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조 의원 외에도 대부분의 영남권 의원들은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국토해양위 위원은 "동남권 신공항은 현 정권에서는 어차피 진행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차기 정권에서라도 추진하게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차기 정권을 거론하기도 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관련 각 지역의 유치전도 과열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가 지난 13일 회의를 열어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을 한 곳에 두는 통합 배치 원칙을 정했으나 호남권 유치위원회와 경상북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호남권 유치위원회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가 발표한 입지선정 계획이 매우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방안으로 결정된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5대 입지 요건인 연구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도, 우수한 정주환경, 국내외 접근용이성, 부지확보 용이성, 지반안정성 중 지방안정성 항목에 대해만 적·부로 판단했다"면서 "지금은 지반안전성과 재해안전성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전에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한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역시 "통계청에서 매년 작성되는 지진통계 지도를 보면 충청권에는 진도 5.0 이상 지진이 두 번 난 것으로 돼 있고, 대구 경북 쪽은 동해안을 중심으로 진도 4.0 이상 지진이 많이 발생했다"면서 "광주전남은 1978년 이후 진도 4.0 이상 지진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과학벨트 입지 선정 기준의 하나로 국제공항 및 전국 시·도와의 거리 등 접근성을 강조하지만 해외의 성공한 과학도시를 볼 때 과학자들의 정주환경이 더욱 중요했다"면서 "경북 동해안엔 세계적인 막스플랑크한국연구소, 아태이론물리센터와 포스텍, 제3ㆍ4세대 방사광가속기, 양성자가속기가 있어 과학벨트 조성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과학벨트 조성을 위한 입지 선정기준에 타당치 않은 지표가 발표될 경우 국가과학 백년대계를 위해 즉각 대응할 것으로 과학벨트 유치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지역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어 과학벨트 지역이 확정된 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LH 본사 이전 문제도 지역간 갈등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LH 본사가 진주에 일괄 이전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김완주 전북지사가 LH공사 분산배치를 요구하며 삭발한 것에 이어 연일 전북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4일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기본 입장은 원칙적으로 통합의 정신을 살려야 하고 가능한 한 양측의 빅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며 "최악의 경우 분산배치라도 불가피한 것 아니냐가 기본이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산배치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김두관 경남지사는 LH본사는 일괄 이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와 도의회 혁신도시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13일 특위위원장실에서 LH 본사 일괄이전 관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LH 본사 일괄 이전과 관련해 조만간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해 이같은 입장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전국적인 갈등이 불가피한 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결정을 빠른 시일 내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 전국이 '갈등 공화국'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같은 문제들은 정부의 결정 이후에도 엄청난 갈등과 후폭풍을 수반할 예정이어서 상당기간 전국적인 논란이 불가피하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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