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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업체들 "블랙리스트 제도, 부담스럽다"


유통 주도권 얻는다?…"유통 부담 크다"

[강현주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내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폰 유통 주도권이 제조사들에게 넘어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휴대폰 제조사들은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휴대폰 유통에 통신사 의존도가 큰 상태에서 자체 유통시스템이 빈약한 현재로선 자신 없다는 것.

1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연내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도 "정확한 시기는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연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제도란 도난폰이나 분실폰 등 개통할 수 없는 모델의 국제모바일기기식별번호(IMEI)만 이통사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명단에 없는 모든 폰들은 가입자 인증모듈(USIM)만 있으면 개통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통사에 IMEI가 등록된 폰만 개통이 가능한 방식이다. 블랙리스트 제도의 경우 소비자가 기기와 이통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화이트리스트는 특정모델을 해당 이통사에서만 개통할 수 있다.

◆"유통 채널 없는 업체 특히 불리"

이 때문에 현재 국내 휴대폰 유통 주도권은 이통사가 쥐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어 휴대폰 출고가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자연히 휴대폰 유통 주도권이 이통사에서 제조사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휴대폰 업체들은 이를 마냥 환영하지 않는다. 유통 주도권이란 곧 유통에 대한 부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화이트리스트 제도에서 제조사들은 이통사의 전략 모델로 자사 제품이 선정되지 못하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사실상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통사의 유통력과 마케팅 역량에 의존했던 면도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자체 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업체들이 이같은 부담감이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프라자'나 '삼성 모바일' 등 휴대폰을 포함한 삼성 제품들을 취급하는 유통 채널들이 있다. 물론 판매만 할 뿐, 결국 이통사와 연계된 모델이다. 블랙리스트가 시행돼 이통사들이 유통에 관여하지 않는 형태가 된다 해도 삼성폰 판매 채널이 이미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LG전자 역시 자사 제품만을 취급하는 '베스트샵'을 두고 있으며 휴대폰도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애플 역시 프리스비 등 아이폰을 비롯한 자사 제품 유통 채널이 있다.

하지만 팬택, SK텔레시스, 모토로라코리아, 소니에릭슨코리아 등 유통 채널이 없는 업체들은 부담이 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블랙리스트 제도가 실시되면 자체 유통 채널이 없는 업체들은 이를 확보하거나 기존 대형 유통 채널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통사→유통사로 대상만 바뀔 뿐, 갑을 관계 여전"

이같은 과정을 거쳐 블랙리스트 제도가 실시되면 유통 헤게모니가 이통사에서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대상이 이통사에서 유통사로 넘어갈 뿐, 소위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 상품 제조사들의 경우 대형 온라인 오픈마켓 및 오프라인 매장 등 유통사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면 공급가 인하 압력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향후 블랙리스트 제도가 실시되면 휴대폰 업체들도 이같은 압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는 제조사가 유통사의 까다로운 조건이나 마케팅 지원 등의 압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국내에 이 제도가 도입되면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이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할 여유는 있는 편이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유통 채널 확보 같은 대책은 블랙리스트 실시가 확정되고 난 후 마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널이 없어 불리한 면이 분명 있지만 결국 제품 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폰 업체들은 유통에 대한 부담으로, 이통사들은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출고가 거품을 빼고 이통사 선택 및 사용기간 선택의 자유를 준다는 면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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