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갤럭시S, 우리도 같은 값에 팔자!" "단말까지 임대해주랴? 스스로 좀 알아봐라."
통신사의 망을 빌려 별도의 사업을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들과 망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SK텔레콤이 휴대폰 공급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MVNO들이 망제공사업자들의 휴대폰을 유통하는 문제를 두고 '현실적인 불가피성'과 '말도 안되는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로 맞서며 한 치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예비 MVNO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온세텔레콤은 '망 제공 사업자(MNO)들이 휴대폰 단말기 유통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SK텔레콤은 '자사의 기술이 집약된 전용 단말기를 똑같은 조건으로 MVNO가 유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 MVNO "우리는 약자! 단말 유통부터 도와줘야"
MVNO들은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네트워크 설비 자체를 기존 이동통신사에 의존하는 처지에서 단말기를 자체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망 제공 사업자들이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말기는 휴대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나 마찬가지이고 잘 만들어진 유명 휴대폰을 어떻게 유통하느냐에 따라 가입자 유치 현황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해 아이폰을 단독 유통한 KT는 적지 않은 가입자 쏠림 현상을 몸소 체험했다. SK텔레콤의 경우 갤럭시S를 내세워 아이폰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을 원하는 가입자들을 쓸어갔다.
그러나 MVNO의 경우 이같은 인기-유명 단말기를 자체 조달하기에는 역량도, 입지도 부족하다는 것이 그들 스스로의 진단이다.
한국MVNO사업자협회 장윤식 KCT 대표는 "MVNO는 제조사와 공급협상을 벌일만한 입지도 되지 않을 뿐더러 초기 물량을 대량으로 보증할 수도 없어 결국 들여오는 가격 자체가 오르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MNO가 현재 유통중인 단말기를 MVNO 또한 함께 유통할 수 있도록 협조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일부 MNO의 경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MVNO가 유통하려는 단말기 모델이 자사 기술 기반의 제품이라며 유통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입장인 온세텔레콤의 한 임원은 "스마트폰 단말 확보는 사업의 필수인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유심(범용가입자식별모듈)에 자체 기술이 집약돼 있다며 유통을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첨언했다. 그는 "범용폰을 가져다 쓰라는데 이때 'T' 같은 통신사 상표를 지우고 사용하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이들이 공동으로 향하는 사업자는 SK텔레콤으로 MVNO들은 갤럭시S 등을 같은 조건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온세텔레콤 임원은 "단말기를 자체조달 하려고 해도 망연동 시험 등을 하려면 어차피 임대사업자인 SK텔레콤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후발 중소사업자인 MVNO가 이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비용을 들인다면 메이저 통신사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법률엔 MVNO가 단말 조달 스스로 해야"
하지만 SK텔레콤은 이같은 MVNO들의 주장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이 의무제공사업자이긴 하나 이는 통신망에 대한 '의무제공'일 뿐 수개월간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전략 단말기까지 의무제공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KCT나 온세텔레콤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그쪽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해 보려 했으나, 어떤 대가도 없이 우리의 전략 단말기를 동일한 조건으로 유통하게 해 달라는 요구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처음부터 이 요구를 무조건 거절한 것이 아니라 MVNO 측에 전략 단말 유통에 대한 일종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CT나 온세텔레콤은 망 이용대가의 추가할인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단말에 대한 별도 대가 지불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섰고, 이에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MVNO가 삼성전자로부터 SK텔레콤과 동일한 공급가격과 스펙으로 갤럭시S를 조달받아, SK텔레콤의 망을 이용해 20% 저렴한 요금제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면 MVNO에게는 커다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당연히 SK텔레콤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SK텔레콤 측은 "통신설비에 대한 투자, 전략 단말기 개발을 위한 투자, 단말 생태계 조성 및 마케팅에 대한 투자 등 무엇 하나 공짜가 없는데 어떻게 MVNO는 이를 마음대로 팔겠다고 나설 수 있냐"며 강경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방통위 역시 이같은 대립에는 마땅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MVNO 제도를 마련한 이상 이의 활성화를 통해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의 이권을 무조건 묵살하면서 자생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MVNO를 감싸고 돌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다만 방통위 관계자는 "MVNO법 시행령에는 MVNO가 스스로 단말을 조달하도록 고시로 규정돼 있고 대가 산정 기준 마련 당시 마케팅 비용을 회피가능비용으로 대가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는 스스로 단말을 조달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단말을 자체 조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MNO에게 무턱대고 요구하기 보다는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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