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도 휴대성도 좋은편에다 29만9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주목을 받은 이 제품. 넷북 특유의 ‘저성능’도 만족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는 제품이다. 문제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익숙치 않은 ‘리눅스’ 기반이라 구매를 꺼리는 사용자들이 있다. 사용해본 결과 작업용이 아니라 간단한 웹서핑이나 동영상 감상용이라면 쓸만하다. 인터넷 연결 속도는 윈도-익스플로러 기반 넷북에 비해 빠르다. 동영상이나 음악 감상 시 UI도 윈도 노트북에 비해 쉽고 직관적인 편이다. 20만원대 리눅스 넷북 ‘에이서 D255’를 체험해 봤다.
윈도 넷북 대비 웹연결 빠르고 UI 깔끔한 편
일단 외형은 합격이다. 가방에서 꺼낼때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세련된 색상과 광택이 돋보이고 1.25kg로 무게도 가벼운편이다. 작은 몸체지만 3개의 USB포트와 SD카드 슬롯, 랜포트 등 확장성도 무난하다.
우리나라 컴퓨터 환경은 윈도 운용체계 위주라 리눅스인 ‘린퍼스 라이트 모블린’을 탑재한 이 제품은 불편한 점들이 있는 게 사실. 하지만 윈도 넷북보다 우수한 점도 있었다.
리눅스에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로 웹 창을 띄우게 돼있는데 연결 속도는 윈도 넷북보다 오히려 빠른 편이다. 사용자 환경이 윈도가 아니라 익숙치 않았지만 바탕화면 구성이 직관적인 아이콘들 위주라 태블릿이 연상된다. 설정 모드로 들어가도 큼직한 아이콘들로 각종 기능들을 설정할 수 있어 필요한 작업을 쉽게할 수 있는 편이다. 특히 동영상이나 음악 재생시 UI가 쉽고 깔끔하다.
윈도는 아래쪽에 ‘시작’ 버튼이 있다. D255는 반대로 이것에 해당하는 게 화면 가장 위쪽에 있다. 창을 띄운 상태에서 맨 윗부분으로 커서를 이동하면 바탕화면, 미디어 재생, 브라우저 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역시 큼직한 아이콘 형태라 윈도에서 ‘시작’을 클릭하고 원하는 기능을 고르는 것보다 훨씬 쉽다. ‘아웃룩’같은 이메일 수신 기능, 문서작업 등 기본적인 툴들은 대부분 갖췄다. 기능이 풍성하지 않지만 가볍고 깔끔한 UI가 장점이다.
타이핑이나 작업은 어려워
이 제품의 단점 중 가장 와닿은 것은 ‘타이핑’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넷북들은 키보드 간격이 좁고 터치 패드도 좁아 불편하다. 또 아무리 빠른 타이핑을 해도 정작 스크린 상에 글자 입력 속도는 현저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때 특히 심하다. 이런 점들은 윈도 기반 넷북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한글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글로 바꾸는 과정이나 특수문자를 입력하는 과정이 윈도에 비해 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들면 윈도 노트북에서는 영/한 버튼만 누르면 한글에서 영어로 바뀌지만 D255에서는 단축키 몇개를 눌러줘야 한다. 그래서 작문 등을 할때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 웹서핑 속도는 윈도보다 좋은 편이지만 어떤 ‘작업’을 할때는 불편한 면이 있다. 전자상거래는 물론 안되고, 많은 웹사이트들이 윈도에 최적화 돼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아이튠스 같은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이 리눅스 버전이 없는 경우가 많은 점도 단점이다.
간단한 타이핑이나 웹서핑, 동영상 감상 등을 위주로 넷북을 사용한다면 윈도 넷북보다 오히려 속도가 빠르고 가격도 저렴해 좋은 제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30년 ‘윈텔 시대’에도 종말은 오는가 ‘윈텔(Window + Intel)’ 진영에 ‘심판의 날(a day of reckoning)’이 다가오고 있다. 이 섬뜩한 표현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30년 동맹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윈텔’은 PC 시대의 상징이자 표준이었다. 1981년 IBM이 첫 PC를 내놓기 전부터다. 이 PC는 MS의 DOS 운영체제(OS)와 인텔의 x86 칩을 사용했다. MS가 윈도를 내놓은 뒤부터 둘의 연대는 더 강고해졌다. 집과 기업에서 쓰는 대부분의 PC가 윈텔 구조로 만들어져 왔다. 가트너 등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지금도 세계 PC의 90%가 MS의 윈도를 쓰고 80%는 인텔의 칩을 장착하고 있다. 아직도 PC 분야에서 MS와 인텔의 연대와 영향력은 대단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PC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시대가 만개하면서 이 둘의 연합전선에 또렷한 균열조짐이 있다는 게 WSJ의 판단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향한 행보에서 MS와 인텔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다. MS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칩을 찾고 있고, 인텔 또한 새 시대에 어울리는 SW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는 이야기다. 과거 같으면 다른 곳으로 눈돌릴 이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른 것이다. M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1’에서 5일(현지시간) 새로운 윈도 OS를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 OS가 모바일 분야에서 인텔의 최대 적군인 영국의 칩 디자인 회사 암(ARM)의 칩에서 돌아간다는 점이다. 물론 인텔 버전도 있기는 하지만, ARM 버전을 고민했다는 것은 인텔의 심기를 거드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는 MS가 ARM의 저전력 칩 디자인에 대해 높이 샀다는 뜻이다. 모바일 시대의 경쟁력의 관건 가운데 하나는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작동시간을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 점에서 ARM의 디자인 기술이 인텔의 그것을 앞선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PC OS 시장의 90%를 점유하고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하고, 태블릿 시장 창출을 위해 10년간 노력했지만 그 주도권을 애플에 빼앗긴 MS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ARM 기반 윈도 또한 이를 타개하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저전력과 터치스크린 기능에 최적화된 윈도를 공개하려는 것이다. 이런 MS의 움직임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윈텔 동맹이 부식하고 있는 징후’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진-루이스 가시는 이에 대해 "그것은 심각한 균열"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론 두 회사는 이런 관측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텔 빌 커코스 대변인은 "두 회사 관계는 깊고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MS 뿐만 아니라 인텔 또한 곁눈질을 하는 게 사실이다. SW 분야에서 MS가 아닌 새로운 돌파구를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2009년 6월 9억 달러에 윈드 리버 시스템을 샀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회사로 OS를 개발한다. 물론 분야는 다르다. 이 회사는 PC보다 다른 비컴퓨터 애플리케이션용 OS를 개발한다. 그러나 MS의 입장에서 판단해볼 때는 뭔가 미심쩍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인텔은 또 지난해 세계 최대 보안업체인 맥아피를 7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인텔은 특히 맥아피 인수 과정이 완료되면 무려 1만2천여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충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텔은 뿐만 아니라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와 ‘미고’라고 불리는 리눅스 기반 OS를 개발하고 있다. MS로선 마음 상할 일임이 분명하다. 인텔은 더구나 MS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구글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구글 TV 사업에 협력하고 있고, 윈도의 대항마인 구글의 크롬 OS 개발에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일부 제공하였다. 강현주 기자 jjoo@inews24.com·사진=최규한 기자 dreamerz2@i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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