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0은 단연 '체험'의 현장이었다.
각 게임사들이 마련한 시연을 체험하기 위해 짧게는 30분에서부터 몇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관람객들의 긴 줄이 시연관마다 늘어서 있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만나는 만큼 관람객들의 평도 후할 거라 예상했지만 내년 상반기 발표작들을 미리 접하는 관람객들의 눈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지스타를 기다리면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소식들만 기다렸다는 관람객부터 시연한 게임이 재미없긴 했지만 상용화되면 '당연히 안 해볼 수는 없다'는 관람객까지 전문가 못지 않은 관람객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봤다.
테라 시연관에서 만난 이광호(22·울산 남구 옥동)씨는 캐릭터가 착용한 장비를 다 벗기고 있었다.
이광호 씨는 "시연용 아이템이 너무 좋다"며 맨 몸의 캐릭터로 필드로 달려 나가더니 곧 다시 마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갑옷을 뺐더니 한 방에 죽는다. 시연용 아이템을 가지고는 게임 밸런스 측정이 어렵다"며 냉철하게 분석했다. 이 씨의 친구는 "두 달 동안 '노가다'만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타겟팅 방식에 적응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Q키를 누르면 방향설정이 돼서 초보자도 타겟설정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씨가 염려하는 것은 그래픽이었다. "테라의 그래픽은 좋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게임이 돌아가지 않으면 지금 화면에 보이는 눈 내리는 효과도 다 지우고 게임을 해야한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3D 영상제작을 공부하고 있는 진형우(동서대학교)씨의 생각도 같았다.
시연을 진행을 돕는 직원에게 "엔진이 너무 무겁다"는 말을 남기는 진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CPU의 경우 가격이 점차 내려가는 추세라 상관없지만 일반 이용자들이 집에서 이런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카드가 조금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날 파티플레이를 시연할 수 있도록 마련된 2층 시연관에는 '랙'이 걸려서 잠깐 플레이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용자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컴퓨터 사양이 따라가지 않을 경우 해상도를 낮추면서라도 게임을 하고 싶어했다. 테라 개발진들이 자랑하는 그래픽을 여러 명이 접속하는 환경에서 온전히 볼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달로 예정된 서버 부하 테스트 결과에 달려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초반 스토리를 이용자들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시연공간보다 체험에 시간이 좀 더 걸리는 편이다.
시연시간은 이용자마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림의 시간이 짧지 않았지만 대다수의 게임처럼 전투만 해보는 게 아니라 스토리까지 읽고 가는 이용자들의 만족감은 높았다.
종대석(22·부산 동래구)씨는 "스토리 몰입이 잘돼서 MMORPG가 아니라 싱글플레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개발진에 "'노가다'시키지말고 계속 스토리 위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반기태(29·경남 양산시 신기동)씨 역시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초입부만 잡혀 있는데 스토리를 멋지게 살려서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반 씨는 지스타에 오기 전에 '블레이드앤소울' 시연 영상을 챙겨보면서 꼼꼼히 준비를 해왔다. 그는 "영상을 보면서 걱정했는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박진감 있게 전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 씨는 "몹을 타겟팅할 때 논타겟팅과 타겟팅의 중간인 반타겟팅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다음 상황에 맞는 가장 좋은 기술을 추천해줘서 버튼 하나로 연속기를 구사할 수 있다"며 인터페이스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MS 키넥트 시연부스에서 만난 박형철(18·경북 경주시 황성동)씨는 "재밌다. 여유만 된다면 사고 싶다"며 좋은 점수를 뒤 "게임 한 판을 끝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좋게 말하면 활동량이 많고 진행이 좀 느린 편"이라는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2010 게임대상'에서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한 송재경 대표의 '아키에이지'를 시연해 본 박찬수(24·부산 해운대구)씨는 "너무 서양적인 느낌이라 우리나라 정서와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벨 25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스킬창 이 오른쪽 끝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시야가 좁은 듯한 느낌도 든다"며 다양한 느낌을 전했다.
오랜 시간 기다려서 만나는 대작을 해 본 소감이라 그런지, 이용자들은 제각기 게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지스타 2010'이 존재한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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