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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줄 아는 리더,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사람·연극·운동 좋아하는 감성 풍부한 워커홀릭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 못 이기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면서 하는 사람' 못 이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정받는 삶, 누구나 꿈꾸지만 쉽지 않다. 수많은 '생계형' 직장인들 가운데 그가 돋보이는 이유다.

할리데이비슨이 잘 어울리고 연극과 발레를 좋아하는 워커홀릭, 이희성 사장을 만나봤다. 그의 인터뷰가 담긴 '리더의 하루'를 출간한 K펍에서 인터파크와 함께 최근 주최한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다.

◆할리데이비슨을 타고온 사장님

지난 2006년 인텔이 주최한 컴퓨터 프로세서 '듀얼코어' 발표 행사에 이희성 사장은 가죽 점퍼 차림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코어가 2개인 프로세서 이미지가 듀얼 엔진을 장착한 할리데이비슨과 닮았다는 게 당시 인텔의 메시지다.

이후 할리데이비슨과 가죽점퍼는 그의 상징이 되버렸다. 덕분에 이 사장은 62년생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만드는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그 이미지 탓인지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도 파격 복장을 기대했지만 정장에 검정 뿔테 안경, 분홍빛 넥타이의 말끔한 차림이어서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정장엔 다소 안 어울리는 듯한 백팩과 스포츠 헤어스타일이 젊고 역동적인 느낌이다. 뒷모습은 20대라 우겨도 되겠다. 사실 이 사장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해 본적은 없어 실제 노화 상태는 파악 못했지만, 그의 전반적인 느낌이 그렇다.

백팩과 헤어스타일만의 공은 아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솔직 명료한 언변, 일을 즐기는 모습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말할때 제스처도 많이 쓰는 편이다.

왠지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할 것 같은 그에게 "아직도 할리데이비슨을 타는가"하고 독자가 물었다. "원래 안탔다"는 게 그의 답이다. 당시 행사를 위한 연출이었다고 한다. "잠깐이지만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이었다"는 양심고백(?)도 덧붙였다.

◆연극배우 꿈꾼 2.0 학점 대학생

사장이니까 공부 잘했겠지. 그렇지도 않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그의 학점은 졸업이 위태로울 정도인 2.0이다. 그땐 연극이 좋아서 공부는 안하고 서강연극회에서 연극만 했다. 이희성 사장은 "어머니가 하도 속이 상하셔서 군대에 보냈다"고 회상했다.

재능에 한계를 느꼈다는 그는 배우를 포기하고 졸업 후 1988년 금성전기 엔지니어로 입사했고 1992년 인텔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후 2005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년가까이 주로 영업직에 종사했다. 엔지니어보다 영업이 훨씬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그는 "일이 재밌다"고 거듭 말했다.

그래서 2.0 학점 열등생이 연세대학교 글로벌 MBA 과정에서는 4.0 학점의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현재 하고있는 일과 관련된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너무 재밌었다는 설명이다.

대학 입시생 아들을 둔 어머니 독자의 "어떻게 공부를 하면 좋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단호히 말한다. 학점 2.0 학생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니 4.0 학생이 되지 않았냐며.

글로벌 MBA 과정은 왜 연세대학교를 선택했냐는 독자의 질문에 그는 간단하게 답한다. "가까워서요."

◆영업이 힘들어 본적? "없어요!"

영업하면서 힘든일은 없었냐는 직장인 독자의 질문에 이 사장은 "없었어요. 재밌어요" 단 두마디다.

이 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성취'와 '인간관계'다.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계약을 성공했을 때 맛보는 성취를 즐긴다고 한다. 인간관계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실패가 그를 힘들게 하진 않는다. 실패한다해도 고객과의 관계만큼은 반드시 쌓아놓고, 다음 계약때 밑거름으로 사용한다. 그는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인텔에서 힘들었던 경험이라면 영업이 아닌 다른 업무를 했던 시기다. 1997년부터 싱가포르에서 2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다.'감'을 기반으로 일하는 영업을 하다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마케팅을 하니 좀처럼 적응이 안됐다고.

'리더와의 하루'에서 그는 당시 "근거가 뭔데?"라는 매니저의 질문에 "근거가 뭐긴 뭐야, 내 감이지"라고 답할 수는 없었다고 회상한다.

◆발레와 뮤지컬에 심취하다

그는 연극 뿐 아니라 모든 무대 공연을 사랑한다. 최근 가장 인상깊었던 무대는 2008년 뉴욕에서 본 아메리카발레시어터의 '유쾌한 미망인' 발레 공연이다. 발레가 너무 감동적이라 한국에서도 가끔 본다.

문훈숙 유니버셜발레단 단장을 초빙해 만나기도 했다. 대학 시절 서강연극회에서 발레 기초만 간단하게 배워본 경험도 있다. "남자가 발레를 보고 감흥을 느끼긴 힘들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내가 아는 남자들은 많이 좋아한다"고.

뮤지컬 맘마미아와 오페라의 유령도 이 사장이 좋아하는 무대 공연이다. 아직도 연극이 좋아 은퇴 후엔 연극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이희성 사장. 대학 시절 안톤체홉의 '갈매기'를 공연하면서 배우, 스텝들과의 협업했던 경험이 기업의 협업 체계와 유사하다고 한다.

무대에 심취한 이희성 사장. 훗날 무대 위에서 배우 이희성을 만날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가족에겐 미안한 가장…"그래도 아내는 날 좋아해"

이희성 사장은 한 아들과 두 딸을 둔 아빠다. 일이 많다보니 가족들에겐 미안한 가장이 되버렸다.

그의 일정은 아침 7시 30부터 시작된다. 30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쓰고 몇개월 일정이 이미 꽉 차있어 비서의 도움 없인 관리가 힘들다는 이 사장. 그래도 저녁 시간이 비는 날에는 꼭 일찍 들어가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애쓴다.

집안일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다. 사람 만나고 일하는 게 좋다. 그래도 아내의 살림에 미주알 고주알 참견하지 않는게 본인의 장점이라고 내세운다. "그래서 아내가 날 아주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바빠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찾아주기위해 노력한다는 이 사장. 하지만 아이들은 그 노력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며 속상해한다.

"딸들한테 무용해볼래, 미술해볼래, 뭐해볼래 물어봐도 다 싫대요. 그냥 공주처럼 놀고 싶대요. 걱정이야"

◆토요일은 "무조건 골프"

토요일 수업이었던 연대 글로벌 MBA 과정이 끝나고 토요일이 비어버렸다. 그래서 비서한테 토요일은 무조건 골프 약속을 잡아놓으라고 지시했다. 2년간 못만난 고객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골프 약속이 없으면 테니스를 칠 계획이다. 운동이 좋다고 한다. 독자들은 이희성 사장은 가족 만날 시간이 정말 적겠구나하고 조금 걱정스런 눈치다.

◆사장실도 없는 인텔이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인텔은 모든 직원이 직급에 관계 없이 사각 벽으로 구성된 '큐비클'이라는 개인 공간에서 근무한다. 사장이라고 특별대우는 없다. 영락없이 큐비클 배치다. 인텔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큐비클은 인텔의 수평적인 기업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이희성 사장은 그래서 인텔이 좋다. 직원을 존중하는 수평적 문화가 멋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하면서 능력도 인정해주는 이 회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사장은 과거 개인 사업도 고려해봤지만 인텔에 매료돼 지금은 떠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애사심은 직원들에게 강요할 게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충성보다는 하고 싶은일, 사랑하는 일을 하는게 우선이라는 것.

취업 지망생 독자가 "일이 다 끝나도 눈치 보느라 야근해야 하는 회사가 많다"고 하니 이 사장은 "우린 그런거 없다"고 말했다. 5시 30분이면 빨리 가라 한다고. 다만 일은 다 끝낸다는 전제하에.

이 사장은 인력 채용 시 학점은 크게 참고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도 2.0이니 만큼. 다만 '영어 실력'에 비중을 많이 둘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야근 안시켜서 온다는 사람은 절대 사양합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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