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인한 국민적 분노 이후 사형제 부활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고, 현재 58명의 사형수가 복역중이다. 이에 따라 국제엠네스티는 2007년 우리나라를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강호순 사건, 제주 여교사 살인 사건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한나라당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형제 부활의 목소리가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당정 협의에서 미집행 사형수 56명에 대한 사형 집행 재개를 정부에 요청해 논란이 일었다.
장윤석 제1정조위원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흉악범죄와 관련해 적지 않은 국민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런 국민의 여론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법무부가 '그런 여론을 알고 있으며 업무에 참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러자 야당은 즉각 '야만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사형집행 재개 문제는 사형 제도 존폐 문제와 함께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의제"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고 각게 전문가와 여야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최근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해결책으로 치안을 강화하고 제도적 결함을 치유할 생각은 않고, 사형집행이라는 야만적이고 비문화적인 감정적 논의부터 시작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그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것은 오판의 가능성과 함께 지난 세월동안 사형제도가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됐던 것에 대한 뼈아픈 자성의 일환이었다"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쌓아올린 생명존중과 인권 보호라는 공든 탑을 일거에 쓰러뜨리면서 인권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역시 사형 부활 논란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사실 우리가 작년에 이미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들어섰다"면서 "사형제도 자체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일정한 국민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참으로 한심하고 기가 막힌 일"이라며 "1997년 이후 12년동안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사형 집행을 재개한다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의 후퇴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공격했다.
이렇듯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는 남경필 의원이 "최근 당 지도부가 사형집행 재개와 감형없는 종신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선 당내에서 신중한 토론을 거친 이후 당론을 정해야 한다. 사형제가 존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신형제 도입은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사형제를 무시하고 집행하지 말자는 주장도 있고 제도가 있으니 집행하라는 주장도 있어 당론으로 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원내대표단에서는 추진하지 않는다"고 사형 부활을 추진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박준선 의원은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해 "사형수들도 인권이 있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을 생각해야 한다"며 "현행 법절차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사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왜 58명이나 되는 사형수들을 10여년씩 방치하느냐, 그래서 법질서가 서겠느냐는 의견이 비등하다"면서 "국제인권단체에서 사형제 폐지를 요구한다고 그것을 일방적으로 쫒아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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