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던 여야가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서로 타협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면서 여야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1월 임시국회에 대해 "정기국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130일 간 회의를 열었지만 국민의 눈에 보기에 제대로 일한다고 말할 수 있나"면서 "임시 국회 열면 뭐하나"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김 의장이 임시국회에서 직권상정을 포기한다고 밝히자 여야는 즉각 대화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강경 분위기였던 한나라당은 박희태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장께서 제의하신 정신을 우리가 받아들여서 지금 꽉 막힌 정국을 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의장의 뜻을 잘 새겨서, 폭넓고 광범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유화의 제스처를 보냈다.
민주당도 의장의 제의 이후 의원총회를 열어 4시간여 격론을 벌인 끝에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의 농성을 해제했다. 다만 민주당은 본회의장과 상임위 농성은 이후 상황을 지켜본 이후에 해제할 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여야가 본격적인 협상 분위기로 전환하면서 지난 12월 31일과 1일 사이에서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만들어진 잠정 합의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잠정 합의안은 쟁점법안인 미디어 관련법과 금산분리 법안은 2월 중 합의처리를, 한미 FTA 비준안과 출자총액제 폐지는 2월 협의처리 등을 위해 노력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가 대화를 시작한다면 이 잠정합의안을 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장의 중재에 따라 이후 여야는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미디어 관련법, 한미FTA 비준안 등 쟁점법안들이 처리되기는 쉽지 않다.
각 당의 강경파들이 우선 물러설 뜻이 없어보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 친이파는 여전히 김 의장을 비판하면서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쟁점법안에 대해 합의처리를 약속하지 않고, '합의처리를 노력한다'는 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양당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은 그동안 한미FTA 비준안 등 쟁점법안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면서 'MB악법'으로 지정, 저지 투쟁을 해왔다.
쟁점법안들을 한나라당이 제기한 원안으로 통과하는 데 합의할 경우 역풍이 불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김 의장이 임시국회 회기 내 직권상정을 포기하면서 쟁점법안 처리는 우선 2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그러나 양당의 입장차는 여전히 커서 2월 임시국회에서도 쟁점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김정희기자 nepune0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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