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정부가 퇴출 위기에 몰린 현지 D램 제조사 등에 한화 약 24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11일 대만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6천억대만달러(한화 약 24조원) 규모의 '대기업 구제계획'을 세우고 파워칩세미컨덕터, 난야테크놀로지,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 등 4개 D램 업체에 우선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대만 정부는 7개 은행과 협조해 D램 기업에 대한 기존 대출을 2년 연장해주고, 새로운 자금 지원을 하는 식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번 대기업 구제계획은 지난주 대만 행정원과 경제부, 중앙은행 등의 논의로 통과됐다.
대만 D램 기업들은 최근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다. D램 가격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만 기업들의 제조원가 수준을 밑돌면서, 기업들의 누적적자가 7분기 이상 지속되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D램 1~2위 기업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뒤쳐지는 대만 업체들은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계속된 재정악화로 쇠락을 길을 걷고 있다.
대만 정부의 이번 지원책은 기로에 선 현지 D램 기업들의 퇴출을 막아, 내년 중반 이후 나타날 메모리반도체 호황기에 자국 D램 산업 재건을 모색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
대만 정부가 나섬으로써 메모리반도체 선두권 기업들이 고대했던 경쟁사 퇴출과 그에 따른 시황 개선은 다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올해까지 국내 하이닉스가 과거 경영 위기 시 금융기관 대출 문제로 겪었던 상계관세 문제도 대만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최근 급격한 시황 악화와 함께 국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LGD)와 달리 속속 적자에 빠지고 있는 현지 액정표시장치(LCD)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내놓을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현재 D램 기업들은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며, 그럴 경우 여타 산업 또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최근 한국 기업들이 환율 면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섬으로써,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D램과 LCD 기업들이 이번 대기업 구재계획의 수혜대상이 될 것"이라며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거쳐, 이번 주 중 세부항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만 의회에서도 "D램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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