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오바마 '블랙 브레인'이 뜬다

월스트레이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할 '블랙파워'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하버드 로스쿨이나 아이비 리그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인데다 나이는 40∼50대에 불과하다. 특히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행정경험을 쌓은 이들도 다수 있어 내년 초 출범할 미국의 새 행정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그룹'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WSJ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오바마가 10년 넘게 흑인 실세그룹 인사들과 유대관계를 축적해 왔다면서 이들은 이제 전국적으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정치경력을 쌓을 때부터 친구로 지냈던 '시카고 사단'과 하버드 로스쿨 동문으로 구성된 '하버드 클럽',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 참여해 경력을 쌓았던 '워싱턴 커넥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시카고 사단으로는 시카고 소재 애리얼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인 존 로저스(50)와 부동산 사업가인 마틴 네스비트(45), 발레리 재럿(51) 등을 꼽을 수 있다.

로저스는 수 년 전부터 오바마와 친분을 쌓아오면서 선거운동 기간 수십만달러를 모금한 자금모금책이었다.

오바마의 친한 친구인 네스비트는 그동안 선거자금 모금과 자문역으로 활동해 왔다.

사업가이자 변호사인 재럿은 1990년대 시카고 시장의 부실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오바마의 약혼녀였던 미셸 로빈슨(지금의 미셸 오바마)을 시장 보좌역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하버드 로스쿨도 흑인들의 권력기반을 넓히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해온 권력의 핵심 축이었다.

1968년 흑인 학생을 대규모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래 이 학교는 매년 30∼40명의 흑인 학생들을 입학시켰다.

오바마의 선거자금 모금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윌킨스 하버드 법대 교수는 지난 2000년 흑인 동문이 전국적으로 1천400명에 달하는 것을 파악하고 흑인 동문회를 조직했다.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많은 흑인을 행정부나 백악관에 끌어들였던 클린턴 대통령 덕분에 워싱턴에서 경력을 쌓았던 흑인 행정관료들도 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로 당장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큰 이른바 '워싱턴 커넥션' 멤버들이다.

이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가 민주당의 유명한 보호무역주의자인 딕 게이트 전 상원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카산드라 버츠 미국진보센터(CAP) 부소장이다. 그녀는 유세기간 중 오바마의 국내 정책을 주로 개발했고 이번에 인수팀에 들어가 입각을 예고하고 있다.

법무부 수장에는 에릭 홀더 전 법무부 부장관, 백악관 외교안보 보좌관 물망에 올라 있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등도 각각 백안관 재입성을 예고하는 인물이다.

◆오바마 최측근,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무엇보다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지난 6일 처음으로 선택한 인물인 백악관 비서실장 램 이매뉴얼(49) 하원의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행정 각부 사이 활동과 의견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워싱턴 정가의 핵심 요직 중의 하나.

이매뉴얼은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출신으로 2003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현재 하원에서 민주당내 서열 4위이다. 장차 하원의장직에 오르는 것이 꿈이었으나 오바마 당선인의 강권으로 6년간 하원의원 생활을 접고 백악관의 운영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기로 했다.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의회 내에서 '싸움닭'으로 통하는 터프한 성격이어서 그의 이름을 따 '람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또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일했고 한때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어 의회와 백악관, 시장 경험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저돌적 실용주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매뉴얼은 특히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운동 본부에서 재정담당을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으며 93년부터 98년까지 백악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이매뉴얼은 유대인 사회에 풍부한 인맥을 바탕으로 선거자금 모금에 출중한 능력을 발휘해 클린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92년 민주당의 뉴햄프셔 예비선거 때 클린턴 후보에게 일격을 가했던 폴 송거스 후보는 나중에 선거자금 부족으로 경선에서 중도사퇴하면서 이매뉴얼의 탁월한 자금모금 능력 때문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백악관 보좌관 시절에는 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의 준비작업을 도맡아 했다.

오바마가 이매뉴얼을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그가 백악관과 의회 모두에서 탁월한 경험을 쌓은데다 중동문제에 대해서도 식견을 갖추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수습을 위해 필요한 시장 경험도 풍부하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고 미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