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오바마 인맥 줄대기 '부심'

5일(한국시간) 열린 美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국내 정치권은 '오바마 줄대기'로 분주하다.

특히 미국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하면서 금융위기 공조,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대북정책 등 양국 관계에 있어 변화가 불가피함에 따라 오바마 인맥 확보는 향후 정국 주도의 향배도 쥘 수 있는 중요 사안이 됐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상원의원 초선 출신인데다 정치경력도 길지 않아 여야의 오바마 줄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미국 민주당 측과 꾸준한 인맥을 쌓아왔던 민주당은 오바마 당선에 환호하며 기대에 가득찬 분위기다.

반면, 미국 공화당과 굳건한 인맥을 구축했던 한나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부산한 모습을 보이며 '해외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박진 위원장과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으로 내정된 정몽준 최고위원, 오바마와 동문인 하버드 출신 홍정욱 의원, 한국 시티은행 부행장 경력이 있는 조윤선 대변인 등이 가장 오바마 측에 근접한 창구다.

박 의원은 조셉 바이든 부통령 후보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혀 여당 내에서는 오바마 인맥에 가장 접근한 인물이다. 박 의원은 오는 17일 외통위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5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미의원외교협의회를 통해 오바마 측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정욱 의원의 경우 오바마 당선인과 같은 美 하버드 대학교 학사 출신으로 해외 인맥이 많은데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당 대변인인 조윤선 의원도 한국 씨티은행 부행장 경력을 바탕으로 오바마 캠프에서 경제정책 마련에 기여한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과 접촉을 시도 중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오바마 인맥 라인은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구체적인 편이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지난해 1월 미국 민주당 초청으로 상원 개원식에 참석해 오바마 당선인과 만났고 당시 찍은 사진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송민순 의원은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외교부에 근무했고 외교부 장관까지 역임한 바 있어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지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측과 인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전병헌 의원 등도 자칭·타칭 미국통으로 손꼽힌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 "그간 오바마 후보가 취해온 입장을 보면 한반도 문제나 세계적으로 산적해 있는 현안문제들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지나친 오바마 인맥 잡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동석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인맥과 연결할 대안이 없다고 해서 어떤 커넥션을 통해 또는 어떤 사람을 통해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미국에 있는 200만 한국계 미국 시민들의 정치력을 결집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합법적이다"고 정치권에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