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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비싼 수업료, 54나노 D램 양산으로 만회"…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지난 해 반도체 시장 업황이 나빠지며 한차례 큰 위기를 겪었던 하이닉스가 '영속 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굳은 다짐을 밝혔다.

하이닉스 사장 취임 1주기를 맞은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이천 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80나노(nm) D램 공정에서 얻은 성공으로 한때 자만했던 것 같다"며 "결국 지난 해 비싼 수업료를 내야 했지만 오는 5월부터 54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하며 만회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 2007년은 힘든 한해였다. 2003년 회생 이후 17분기 연속 흑자 기록은 마침내 깨어졌다.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시장에 과다 공급되면서 D램 값이 급락했다.

결국 반도체 업체가 3~5년 후를 대비하기 위한 시설투자비를 1조원 가까이 줄여야 했다.

김 사장은 "재무재표 상으로 보면 하이닉스의 지난 해 성장률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중요한 것은 5~10년 후를 바라보는 전략이고 반도체 사업이 아주 안정적인 제조업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임 후 9달동안 사업계획을 10번이나 고치고 장비이용기술, 생산기술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반도체 사업은 한국이 미래에도 꼭 가져가야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이닉스의 목표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강화다. 서버, 그래픽카드, 모바일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는 D램 가격이 좋을 때는 PC와 비슷하지만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면 가격차이가 크게 난다. 지난 해 모바일용 D램은 일반 D램과 3.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김 사장은 "지난 해 기업 체질이 튼튼하지 못해 많이 반성했다"며 "반도체 경기가 하강국면을 걷게 되자 프리미엄 제품이 중요해졌는데 모바일 메모리의 경우 일반 메모리 대비 3.5배 넘게 가격이 비싸졌다. 여기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해 하이닉스의 전 제품군 중 프리미엄 제품 비중은 40%였는데 올해는 이를 48%까지 늘릴 것"이라며 "프리미엄 메모리 전 제품군을 구성했고 1GB 모바일램은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의 지난해 모바일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7%에 불과했다. 전체 제품 라인업에서는 3% 정도다.

하이닉스는 올해 모바일 메모리 비중을 10%까지 늘려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낸드(Nand)를 응용한 복합 제품을 강화한다.

휴대폰에 내장되는 e낸드와 외장메모리로 사용되는 uSD 카드를 비롯해 PC의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시장에도 진출한다.

하이닉스는 오는 4월 e낸드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6월 자체 제작한 uSD 카드와 32GB 용량의 SSD 샘플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종갑 사장은 하이닉스가 '영속 할 수 있는 회사'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핵심가치 3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도전, 창조, 협력이 그것이다. 이중 김 사장은 '협력'을 크게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전략적인 동맹관계 구축은 하이닉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 전략"이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도 손을 잡고 일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장비, 자료 같은 부분은 얼마든지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장비업체들과의 상생에도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천 공장 내부에 테스트 팹 제도를 통해 한국 장비 업체들이 장비를 들여다 놓고 시험 생산을 통해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있다. 인증도 해준다. 공장 내부에 있는 1천41대의 장비 중 12.6%가 이미 국산화 됐다.

김 사장은 "한국 장비업체들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수준을 못 따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술은 있지만 레퍼런스가 없는 업체들이 테스트 팹을 통해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인증을 통해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올해 경영목표로 수익성강화, 고객경영 정착, 신성장동력 확충 3가지를 손꼽았다.

특히 사업 다각화를 위해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되는 CMOS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이를 위해 전략적 제휴사인 실리콘파일과 중화권에서 공동마케팅을 진행한다.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 경보체제도 가동한다. 시황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하이닉스의 현황을 반영해 투자와 비용을 절감하고 단계별로 대응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 우선으로 경영할 것"이라며 "업황을 미리 앞서 보고 이에 대비해 비용 절감 효과를 최대화하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에 선 투자해 이익을 극대화 하는데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문제가 됐던 54나노 공정 기술의 해외유출건에 대해 김 사장은 "기술이 유출된다면 하이닉스가 가장 큰 타격이 올 것"이라며 "생산기술은 미국, 일본, 독일업체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무역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어떤 것을 팔아 기술 수출을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선행기술의 유출은 우려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지만 제조기술은 이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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