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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반도체·LCD업계의 씁쓸한 '적전분열'


우리나라 핵심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업계의 요즘 상황을 보면 걱정 섞인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외국 경쟁업체들은 숨가쁘게 쫓아오고 있는 데, 정작 안에서는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메모리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등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달리는 분야에서 미국, 일본, 대만 등이 거세게 추격해 오고 있다. 특히 해외 경쟁업체들은 자국이든 다른 나라든 연합세력을 형성하며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다.

일본에선 또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세계 1위 기업 마쓰시타전기(파나소닉)가 자국 히타치, IPS알파와 힘을 모아 8세대 대형 LCD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최근 PDP 제조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일본 파이오니아는 곧바로 자국 경쟁사였던 마쓰시타의 패널을 활용해 PDP TV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해외기업들의 연합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국내보다 기술력이 뒤처지는 대만업체들은 국내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의 상위기업들과 일제히 제휴를 맺으며 선행 공정기술 확보와 생산물량 교류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상황을 보면 씁쓸한 맘을 금할 길 없다. 7일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연구조합 정기총회'에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보이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하이닉스가 대만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에 D램 공정기술을 이전하는 문제와 관련 기술유출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피력한 것. 황 사장은 하이닉스가 기술이전을 진행할 경우 지식경제부에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LGD, 옛 LG필립스LCD)·LG전자 간 패널 교차구매가 아직까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급적 LCD 제조사-완제품 기업 간 모자라는 패널을 주고받으면 국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겠건만, 삼성·LG 측은 부족한 패널을 대만에서 구입해 경쟁사 배를 불려줬다.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LCD 공급 비중이 적지 않은 대만의 AU옵트로닉스(AUO)는 지난 2007년 4분기 삼성전자, LGD를 능가하는 실적을 발표해 'LCD 최강' 한국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해외 후발기업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국내기업 간 '불협화음'이 세계 1위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다행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서 협력하거나, 삼성-LG 간 LCD 교차구매에 대한 논의도 속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업계가 불필요한 대립을 피하고, 해외기업들의 견제에 대해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협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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