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가 빽빽하게 들어선 뉴욕시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40km 거리에 위치한 뉴욕 호손 지역. 금융, 산업 등 경제와는 거리가 먼 듯 한적하기만 이 곳에는 전세계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움직이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IBM의 왓슨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뉴욕 인근 3개의 랩으로 구성된 왓슨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이 곳 호손랩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딥 블루'가 개발된 곳으로 지난 1961년 설립된 이후 IBM SW 연구개발의 핵심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넓은 잔디밭과 마천루만큼 빽빽한 나무, 오리들이 한가롭게 거니는 자연 속에서 세계를 진화시킬 최첨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삶'을 바꾸는 기술
"나는 존슨 의사입니다."
호손랩의 산업솔루션랩(ISL) 프로그램 매니저인 제이 머독이 노트북에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말하자 노트북 화면에는 곧바로 이를 중국어로 번역한 문장이 뜨고 중국어가 스피커로 흘러나온다. 뿐만 아니다. 화면에는 의사가운을 입은 한 사람의 그림이 나타난다.

이를 듣고 있던 중국인이 놀랍다는 듯 손뼉을 쳤다. IBM의 자동번역시스템이 정확한 문장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노트북과 PDA에서 활용할 수 있는 IBM의 자동번역 시스템의 능력이다. 포터블 기기에 장착돼 실용성을 높인 이 시스템은 현재는 중국어 번역만 가능하지만 IBM 연구소에서는 이를 다른 언어로 확장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처럼 IBM 호손랩의 ISL은 SW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곳이다.
때문에 ISL은 마치 '삶의 현장'을 축소시켜놓은 듯 하다. 슈퍼마켓 계산대부터 병원까지 IBM의 연구소가 쓰이는 모든 장소를 랩 안에 구현시켜놨다.

"만나는 모든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지요? '인포스코프'라는 솔루션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도 쉽게 해결됩니다."
'인포스코프'는 이미지를 인식하는 SW다. 예를 들어 인물사진과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내 서버에 저장해둔 후 휴대폰이나 PDA 등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을 서버로 전송하면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머독 매니저가 주변에 있는 '預定(예정)'이라는 한자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서버에 전송하자, 휴대폰에는 이를 영어로 번역한 'reservation'이라는 단어가 떴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여행지라면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문제 없는 것.

또한 '아이팟' 등 휴대용 저장기기에 내 PC의 윈도를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솔루션도 있다. '소울패드'라 불리는 이 솔루션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노트북이건 내 PC의 윈도를 구현하는 휴대용 기기를 연결하면 마치 내 PC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머독 매니저는 자신의 '아이팟'을 꺼내 ISL에 전시된 한 노트북에 연결하고 자신이 차고 있는 시계에 담긴 암호를 다시 연결해 전시된 노트북에서 자신의 PC가 그대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술의 진보를 '한 눈에'
이곳 ISL에서는 IBM의 SW와 기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ISL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바로 IBM 솔루션 역사를 볼 수 있는 판이다. 이판을 보면 데이터를 저장하는 IBM의 마그네틱 하드디스크가 초기 지름 60cm 크기에서 지름 5cm로 작아지고 데이터 처리비용은 무려 10만배가 줄어든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 IBM이 밀고 있는 정보관리 전략인 '인포메이션 온 디맨드'도 도식화돼 있다. 수많은 정보가 어떻게 데이터베이스(DB)로 저장되고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다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영국 BBC 방송국이 사용하고 있는 '동영상 분류 솔루션'은 IBM의 정보관리 전략이 각 산업에 얼마나 잘 특화돼 있는지 증명한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각각의 동영상들은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되고 검색된다.
예를 들어 뉴스의 경우 아나운서의 멘트에 따라, 동영상의 장면장면에 따라 동영상이 분류되기 때문에 '얼굴'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뉴스 가운데 아나운서의 얼굴이나 인터뷰 대상자의 얼굴이 등장하는 화면만을 골라낼 수 있다.
/호손(미국)=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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