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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촌맺기' 나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대규모 투자 위험분담-기술경쟁력 강화차원 속속 제휴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잇달아 손을 잡고 있다.

올들어 국내외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경쟁· 보완관계 여부를 떠나 기술개발과 제품생산면에서 경쟁적으로 제휴를 맺고 있다. 과거 주로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성장한 반도체업체들은 이제 메모리,시스템LSI등 분야를 가릴 것없이 상위랭킹 기업간 동맹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같은 현상은 반도체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인데다 독자적 기술개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위험을 분담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적과의 동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하이닉스반도체는 요즘 김종갑 사장이 직접 나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실적발표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내 경쟁업체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회사 입장을 표명한다.

하이닉스는 올들어 낸드플래시메모리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시바와 반도체 관련 특허 상호 라이선스 계약 및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메모리카드 1위 업체 샌디스크와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메모리반도체 생산과 낸드플래시 시스템 솔루션의 판매를 위한 합작사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앞서 하이닉스는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낸드플래시 공동개발 및 제품공급에 대한 협력에 나서, 중국에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또한 대만의 프로모스에 제품 수탁생산(파운드리)을 맡겼다. 이달 들어서는 신개념 메모리반도체인 Z램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이노베이티브실리콘과 손잡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한 상태.

메모리반도체 1위 업체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스템LSI 분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IBM, 프리스케일세미컨덕터, 인피니언, 차터드 등과 제휴를 맺었다. 지난 2004년 IBM과 처음 제휴를 맺은 삼성전자는 올 5월 이들 업체와 제휴를 맺고 오는 201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의 32나노 공정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 선두업체들과 협력으로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흥의 시스템LSI 전문 S라인를 활용, 공동 개발한 제품을 위탁제조하면서 비메모리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대만의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해외 경쟁기업들과 결합하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위협했다. 파워칩세미컨덕터가 일본 엘피다, 중국 SMIC와 제휴한 것이나, 난야테크놀로지가 독일 키몬다와 협력관계를 맺고 메모리반도체 합작회사를 설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파운드리 전문업체 동부하이텍은 국내외 설계전문(팹리스) 반도체회사들과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토마토LSI에 이어 최근 에스이티아이를 인수키로 한 동부하이텍은 파운드리 물량의 안정적 확보, 팹리스의 연구개발(R&D) 지원, 자사 시스템LSI 부문 경쟁력 강화 등 윈윈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수십개 팹리스 업체와 제휴 및 M&A를 통해 파운드리 부문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대만의 TSMC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선 올들어 유럽 반도체 솔루션 전문업체 ST마이크로가 다방면의 제휴를 추진하며 '일촌맺기식 사업확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ST마이크로는 이달 들어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의 HSDPA 방식 칩셋 개발 및 생산을 위탁하는 식으로 협력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세계 특허보유 1위기업인 IBM과 32나노 및 22나노 시모스(CMOS) 공정 및 설계과정에서 상호 협력키로 합의했다. 지난 5월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플래시메모리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하면서 적자사업의 부담을 덜고, 여타 반도체 솔루션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 ST마이크로는 지난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프리스케일과 마이크로 콘트롤러 유닛(MCU) 공동개발팀을 구성, 올해 32비트 제품을 출시하는 등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에도 나서고 있다.

과거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퀄컴, 브로드컴 등 세계 선두권 반도체업체들은 수십여개의 관련 회사를 인수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그러나 이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서열이 어느 정도 명확해진 상황에서 이들 기업은 상위업체 간 협력에 적극 나서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비용, 고급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부담을 혼자서 감당하는 것보다 협력과 제휴를 통해 위험은 분산시키고, 이익은 나누는 식의 협조가 세계 반도체 강자들 사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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