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검은색 휴대폰, 오늘은 기분 전환 할 겸 빨간색으로'
'여보, 오늘 당신 휴대폰 좀 빌려줘요. 당신은 내 것 쓰고'
이르면 9월부터 같은 SK텔레콤이나 KTF의 3세대(3G) 가입자들은 동일 사업자가 출시한 어떠한 휴대폰도 사용자가 마음대로 바꿔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F는 이달 중 범용 가입자 인증 모듈(USIM) 개방을 위한 인프라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달부터 사업자 내 USIM 락(Lock)을 해제할 계획이다.
양사는 당초 연내 USIM 락을 해제할 계획이었으나 정보통신부가 내년 3월 사업자간 락 해제 방침을 확정하면서 사업자내 락 해제 시기를 앞당겼다.
USIM은 3G 휴대폰에 내장된 손톱만한 크기의 카드로 가입자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2세대 CDMA 휴대폰에서 가입자 정보를 휴대폰에 내장했기 때문에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동통신사 전산과 연결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인증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에 반해 USIM은 휴대폰과 분리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입자가 선물받거나 할인점에서 구입한 휴대폰에 USIM 카드만 끼우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SKT용, KTF용 휴대폰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USIM이 완전 개방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USIM에 락을 걸어 사용자가 다른 휴대폰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USIM 락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정보통신부가 내년 3월에는 사업자간 USIM 락까지 완전히 해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앞서 통신 사업자들은 자체적으로 사업자 내 USIM 록을 올해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그날 의상에 맞춰 휴대폰 코디도 가능
USIM 잠금 장치가 해제되면 소비자들은 같은 통신사에서 출시한 휴대폰이라면 USIM만 갈아 끼워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단, USIM이라는 것이 WCDMA 휴대폰에만 적용된 것이므로 2G 휴대폰 사용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KTF는 9종의 WCDMA 휴대폰을 출시했으며 8월에만 4~5종의 휴대폰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SKT도 현재까지 9종의 3G 휴대폰을 출시했으며 연내 15종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따라서 SKT나 KTF WCDMA 가입자는 이들 휴대폰 중 어느 한가지를 구입해 현재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USIM을 빼서 새 휴대폰에 끼우면 된다.
또한, 친구나 친지로부터 3G 휴대폰을 선물받았다면 가까운 이동통신 대리점에 가서 USIM 칩만 발급받아 선물받은 휴대폰에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휴대폰을 구매한 후 그날의 의상에 맞춰 휴대폰을 코디할 수도 있다. 3G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부부라면 휴대폰이 싫증이 날 때 서로의 휴대폰을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내년 3월 사업자간 USIM까지 완전 개방되면 다른 통신사에서 출시한 휴대폰으로도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즉, SKT 가입자가 KTF로 옮길 경우 USIM만 발급받고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USIM 락이 완전히 풀리면 해외에서 3G 휴대폰을 사용했을 경우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KTF 관계자는 "같은 주파수와 같은 방식이라면 해외에서 사용하던 휴대폰을 가져와 국내 이통사에 가입한 뒤 USIM만 발급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분실 휴대폰, 부가 서비스 문제 등 해결해야
USIM 개방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제도적,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많고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지금까지는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통화 정지를 요청할 수 있었다. 이 경우 휴대폰을 줍더라도 일반인들은 무용지물이므로 돌려받기 쉬웠다. 분실폰으로 복제폰을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일이었다.
이에 반해 USIM 락이 해제되면 주운 사람이 USIM 카드만 제거해 얼마든지 자신의 휴대폰으로 만들 수 있으며 중고폰으로 팔기도 쉬워진다. 소비자들은 더욱더 휴대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3G 가입자들은 휴대폰을 교환할 때 자신이 가입한 유료 부가 서비스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교환한 휴대폰에서는 전에 사용하던 유료 서비스가 지원이 안될 수 있기 때문. 이 경우에도 요금이 다달이 청구될 수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G 가입자들이 다른 휴대폰으로 USIM을 교환할 때 이를 자동 인지해 가입자들에게 통보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3G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밀수폰도 생겨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휴대폰을 가져와도 무용지물이었지만 USIM이 개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규모 사업자가 해외에서 인기있는 휴대폰을 몰래 들여와 팔 수도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USIM 개방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전담반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의무 약정제 도입 검토
정보통신부는 내년 3월 USIM 완전 개방에 맞춰 의무 약정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는 보조금 금지 제도가 완전히 없어져 사업자가 마음대로 보조금을 줄 수 있다. 그런데 USIM이 개방되면 사업자들은 보조금을 지급할 요인이 없어진다. 지금까지 단말기 보조금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USIM이 개방되면 가입자가 다른 이통사로 옮겨도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통부는 보조금을 받고 휴대폰을 구입할 경우 의무 약정 기간을 두기로 했다. 가입자가 약정 기간 안에 다른 이통사로 옮기기 위해서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휴대폰 유통 구조의 변화
USIM이 개방되면 가입자가 언제든지 휴대폰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대리점 중심의 현재 휴대폰 유통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할인점이나 대형 양판점을 통한 휴대폰 유통 물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조사는 휴대폰 유통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보조금 지급 등 현재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휴대폰의 수명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휴대폰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경우나 부부간, 형제간 휴대폰을 바꿔 사용하는 경우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고 휴대폰의 활용 범위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휴대폰 교환 주기가 짧아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제조사에게는 유쾌한 소식은 아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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