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블로그 인구도 1천만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블로고스피어도 이제 꽤나 건강한 담론이 오가는 튼실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니홈피 성장률과 비교해 급격하게 늘어나는 블로그 시장의 성장률만 봐도 그렇다. 미니홈피가 전년대비 4% 성장률을 보인 반면, 블로그는 전년 동기 대비 50%의 성장률을 보였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론화되고, 자유롭게 논의되는 블로고스피어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블로고스피어에 최근 '스팸블로그'라는 것이 문제시 되고 있다.
사회적 이슈나 관심사에 대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대부분인 블로고스피어에 다른 사람의 글과 신문 기사, 연예인 사진 등으로 '도배' 한 블로그 등을 일컫는 말로 일명 '펌블로그'라고도 한다. 그러한 행위 자체는 '펌블로깅'이라고 한다.
스팸블로그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무단으로(출처를 밝힌다 해도) 가져오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의견들로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돼야 할 블로고스피어가 오염된다는 것에 있다. 또한 이를 통해(타인의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티스토리 트래픽 급격히 증가
블로고스피어에서 최근 시작된 스팸블로거에 대한 문제의식은 티스토리의 트래픽 증가에서 기인했다.
티스토리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태터앤컴퍼니가 함께 개발한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로 자유롭게 스킨을 수정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5월 들어 티스토리로 유입되는 방문자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블로그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터툴즈와 티스토리만이 애드센스를 설치할 수 있다.
실제로 티스토리에 개설되는 블로그의 수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1월까지 급격히 늘고 그 이후부터는 완만하게 증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이러한 급격한 트래픽의 증가는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블로그칵테일의 김형진 실장은 "티스토리는 편리하긴 하지만 의외로 펌글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의 기본정신을 지키고자 마우스 오른쪽 단추의 사용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 이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퍼온 것이 검색 결과에 다소 노출이 되고 이것이 급격한 트래픽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또 "티스토리는 스킨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복사 기능과 스킨 수정 기능이 일부 블로거들에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이렇게 남의 글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블로거들의 최종 목적은 '수익창출'에 있다는 의미가 된다.
김 실장은 어떻게든 방문자수를 늘리기 위해 ▲남의 글을 무단으로 퍼오고 ▲실시간 인기글이나 관심있는 주제에 관한 뉴스를 복사하며 ▲심지어는 키워드만 집어넣는 행위들이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티스토리를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측은 "티스토리의 트래픽 증가는 양질의 콘텐츠로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운데 스팸블로그가 다소 포함돼 있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전적으로 이것이 펌 블로깅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블로그, "수익 창출" vs "악용 소지"
스팸블로그가 최근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의 이면에는 구글의 광고 서비스인 애드센스가 존재한다.
애드센스는 사이트를 가진 누구나 자신의 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배너 광고다. 이 광고의 클릭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사이트 주인이 가져가기 때문에 최근 블로거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광고에 대한 클릭수를 유발하기 위해 사이트의 방문자수가 많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스팸블로거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자신의 사이트에 포스팅한다. 이들이 올린 콘텐츠는 다른 블로거가 창작한 이슈를 포함해 신문기사 등이 다수 포함된다.
특히 최근에는 모 검색사이트의 특정 검색결과를 그대로 자신의 사이트에 복사해 클릭수를 유발하는 것도 있다. 이런 스팸블로그들을 보면 하루에도 수백개의 포스팅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달리 보면 '노력이 가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해외에서 만들어진 다른 툴을 이용하면 RSS피드를 이용해 자동으로 이런 글들을 포스팅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일일이 다른 사람의 글을 복사해 올릴 필요 없이 자동으로 검색해 자동으로 내 블로그에 포스팅해준다는 말이다.
이 툴의 판촉 사이트는 "블로깅을 통해 애드센스 수익을 올리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구매하면 좋다"고 노골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297달러하는 이 툴을 이용해 2주만에 6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는 경험담이 자랑스레 올라와 있는 실정이다.
◆스팸블로거 비중 파악 어려워
실제로 이런 악성 블로그들이 전체 블로그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들이 하루에 올리는 글이 몇 개 정도 되는지, 이들이 얼만큼의 수익을 올리는지 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블로그칵테일의 김형진 실장은 "스팸블로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히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아직은 극소수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릴 수 있듯이 그냥 보아 넘길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블로그는 '실시간 인기글'에 스팸블로그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김 실장은 "만약 다른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라면 시간적으로 먼저 올라온 글을 원본이라 보고 펌블로그를 노출하지 않는 등의 기술적인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또 "단순 스크랩만 하는 펌블로깅에 대해서는 플러그인 등의 장치로 막자는 원칙이 있고 제도적인 것들을 추가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리서치기관인 매트릭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포털 검색 사용자의 40% 이상이 블로그로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용자들이 검색했을 경우 검색 결과가 스팸블로그로 도출된다면 이는 곧 고객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측은 "중복된 문서의 경우 웬만하면 검색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필터링한다"며 원론적 답변을 했다.
이설영기자 ron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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