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뿌리부터 바꾸자-상]사용자도, 개발자도 없는 한국


정부가 '공개소프트웨어(SW)' 육성 정책을 펼쳐온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가 SW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공개SW 기반으로 진행하고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SW강국 육성을 위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공개SW 시장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쏟아 인위적으로 공개SW 산업을 키우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에 따라 공개SW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SW 종속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 업계뿐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공개SW, 뿌리부터 바꾸자'는 시리즈를 통해 공개SW의 중요성과 현황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운영체제(OS)인 '윈도비스타'를 출시하면서 국내 인터넷 사용자와 사업자, 정부는 한바탕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윈도비스타'가 국내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액티브X' 기술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윈도 비스타 폭풍'으로 불렸던 이 사건을 통해 한국이 철저한 윈도 종속국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인터넷 업체들은 '윈도 비스타'와 호환을 위해 소스코드를 수정하는 등 한 바탕 소동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윈도 비스타 폭풍'은 한 업체의 SW에 종속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더 심각한 사태를 겪기 전에 공개SW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척박한 국내 시장에 공개SW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뿌리조차 없는 국내 공개SW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공개SW OS인 '아시아눅스' 데스크톱 버전을 발표하며 "국내 리눅스 점유율이 0.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컴의 이 같은 주장은 척박한 한국 시장에서 공개SW가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개SW가 최근 들어 OS 뿐 아니라 응용프로그램,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대표적인 SW인 OS 부문에서조차 1%도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SW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누구나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개선하고 다시 이를 오픈하는 SW를 말한다. '소스코드'가 공개되기 때문에 자칫 '공짜 SW'라는 잘못된 인식을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수많은 개발자가 개발에 참여하는 수준 높은 SW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개SW의 발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수백만에 달하는 SW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SW 커뮤니티 등에 참여해 새로운 공개SW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개SW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개발자 수 자체가 매우 적다. 새로운 공개SW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SW 주권국가'가 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취약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 공개SW 커뮤니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KLDP를 비롯해 모질라커뮤니티, 그놈, 데미안, 프리BSD 등 공개SW 커뮤니티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커뮤니티들에 참여하는 개발자수는 그리 많지 않다.

국내 개발자들이 과다한 업무 부담 때문에 공개SW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기에 국내 개발자들이 느끼는 '언어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한 SW 개발자는 "국내에서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20대 젊은 개발자들"이라며 "일단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공개SW 개발에 기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공개SW를 사용만 하고 기여는 하지 않는 국가'라는 또 다른 오명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 공개SW 커뮤니티가 밝힌 바에 따르면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개발자 수는 '많아야 100명' 수준이다. 평균 5천명 이상의 개발자가 한 공개SW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같은 '오명'이 거짓만은 아닌 듯 하다.

게다가 국내에는 공개SW 사용자수도 미미하다. 사용자들 역시 커뮤니티를 구성, 공개SW의 취약점과 버그 등을 발견해 이를 개발자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공개SW를 사용하는 수가 너무 적다보니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을만큼의 규모가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인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PC 사용자의 99% 이상은 '윈도'를 사용하고 있다. 또 인터넷 뱅킹,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 생활은 MS의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프로러'에 최적화돼 있다. 여전히 공개SW는 누군가 나서 '벌 받듯' 사용해야 하는 '이상한 나라의 기술'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국내 공개SW 시장은 개발자도, 사용자도 없는 볼모지 상태다.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깊은 뿌리를 내리고 만들어나가야하는 것이 공개SW임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공개SW가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공개SW, 그들만의 '축제'

그 동안 우리는 'IT 강국'이라는 말을 되풀이 해 왔다. 세계적인 통신인프라와 하드웨어 제조업의 성공에 고무돼 "적어도 IT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IT 강국'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일까.

미국의 보잉사가 만들어내는 비행기 개발비 중 40%가 소프트웨어(SW)에 소요된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명찰을 스스로 달 수 있었던 계기를 제공했던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단말기의 경우, SW를 제외하면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PC의 경우에도 OS 등 SW 부분을 빼버리면 아무 쓸모가 없다.

SW가 이토록 중요한 산업임에도 우리의 SW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SW 시장은 7천127억9천200만 달러 규모인 반면 국내 시장은 겨우 70억8천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SW 시장에서는 세계의 1%도 안되는 규모인 것이다. 국내 SW산업의 성장률 역시 6%로 세계 시장 성장률(7%)을 밑돈다.

이쯤되면 한국은 'SW 약소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부랴부랴 IT 정책을 SW 중심으로 재편하고 공개SW 육성에 나섰다. 이미 세계를 장악한 대형 SW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SW를 개발하기에 우리는 시간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스코드가 공개된 공개SW를 바탕으로 세계로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SW 업체인 MS의 경우 2007년 회계연도에 560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정했다. 이는 국내 전체 SW 시장 규모의 무려 8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같은 '공룡'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공개SW가 답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나서 공개SW를 사용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공개SW는 공짜', '공개SW는 안전하지 않은 기술'이라는 잘못된 의식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공개SW를 사용하고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이 정책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공개SW 도입이 확산되고 국내 공개SW 관련 업체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등 많은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 같은 육성 정책은 한계가 뚜렷했다. 정부가 발만 빼 버리면 국내 공개SW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공개SW 없이는 SW의 미래도 없다

앞서 말했듯 IT의 핵심은 SW이다. 또 SW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개SW 활성화가 필수 요소다. 공개SW를 활용하면 MS나 오라클, IBM 등 거대 SW 업체들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포스트PC ▲모바일 ▲유비쿼터스 등의 분야에는 아직 MS와 같은 OS 독재자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개SW를 기반으로 우리가 표준이 되는 원천기술만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장이다.

특히 ▲항공기 ▲모바일 기기 ▲가전기기 등에 두루 사용되는 임베디드 OS의 경우 공개SW를 활용한 제품이 많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 'SW 강국'으로 위상도 다질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이미 검증된 기술'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SW를 개발하기보다 주요 업체의 SW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데이터베이스(DB)의 경우 국내 시장은 미국 업체인 오라클의 점유율이 95% 이상이다.

국내 업체들이 공개SW를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싶어도 점유율 90% 이상의 독점에 가까운 업체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외국 SW 업체의 독점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앞으로 사용자들 역시 선택의 기회를 잃고 불편을 겪게 될 것을 암시한다.

MS나 오라클 등 독점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해도 이미 '종속'돼 버린 사용자는 그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W의 주권을 빼앗기면 기업사용자뿐 아니라 개인사용자들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미 우리는 '윈도 비스타' 출시로 인터넷 사용에 혼란을 겪었다. SW 시장을 외국 업체에 모두 내주고 나면 PC 하나를 구입하는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리눅스 데스크톱 OS를 발표하며 "국산 공개SW의 필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며 "아직은 실험단계이며 우려의 시각도 많지만 언젠가는 '윈도'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공개SW에 대한 인식과 사용률이 현재 상황에 머무른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술 종속국' 딱지라는 암울한 SW의 미래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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