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하나의 가격이 5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를 두고 '과열이다' '아니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을 두고 거품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소득수준에 맞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반론이 부닥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술품 경매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감정 제도를 도입하고 검증한 것을 재검증하는 '반복 감정 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아가 감정이 잘못됐거나 위조했을 시 처벌하는 조항도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박수근의 그림 '빨래터'(그림)가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45억2천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3월 말 같은 작가의 '시장의 사람들'이 25억원에 낙찰된 지 두 달 만에 거의 두 배 가량 뛴 가격이다.
이에 대해 각계에선 미술품 경매 시장이 과열됐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 "과열이다" vs "아니다"
포털아트의 김범훈 사장은 현재 미술품 경매에 대해 "그림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진 요즘 한 작가의 작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뛰더라도, 작품에 대한 검증 없이 그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덩달아 오른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 "경매 업체가 가격 하한선 개념으로 정해 놓는 추정가는 객관성이 없는 가격"이라고 설명한 뒤 "구조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몇 억에 팔렸다', '최고가 갱신' 식으로 자극적이니까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 보도도 그림값을 뛰게 만드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옥션의 최윤석 과장은 "지난 십년 간 침체기를 지나 최근 일년 호황이 있은 셈인데 이것을 거품이라고 보면 안 된다. 시장 저변이 확대돼 가고 있는 추세"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박수근 작품 가격이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서 흡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미술품 경매 거품론을 일축했다.
최 과장은 또 "추정가는 경매할 때 하한선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며 감정을 거쳐 그림 크기와 '종이 수채', '캔버스 유채' 같은 그림 성격 등의 변수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한 두 번의 거래액이 다음 작품의 추정가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게 터무니없이 낙찰되는 경우는 없으며 공급자가 마음먹은 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미술평론가)도 가격 상승만을 가지고 과열이라고 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최 교수는 "박수근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화가인데 45억원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 각국 최고 화가들의 작품이 천문학적 액수의 판매가를 기록하는데 대한민국 최고 화가의 작품이 100억까지 뛰면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아트페어가 활발히 열리는 등 미술품이 감상모드에서 투자모드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는 미술 시장에 돈을 돌게 하고 작가들을 독려해 바른 창작 기반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위작 감정, '공적제도로' 해결해야
가격 거품론뿐만 아니라 미술품의 진위 감정도 문제시 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미술 감정은 현재 미술품 경매 업체에서 선정한 감정사들이 맡고 있다.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공적 감정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포털아트 김범훈 사장은 "미술품은 작가에게 직접 건네받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것이 진짜라고 100% 단정 짓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중섭, 변시지 화가 등의 위작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위작으로 추정되는 작품이 고가에 거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정사라는 것은 말하자면 '영화감독'과 비슷하다. 공인된 자격증을 지니지 않았지만 그 분야에 정통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작품의 진위 여부를 100% 가려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진위 구분상의 오류는) 사람이 하는 어느 분야에나 해당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적 감정 자격제도가 '예술적 미'와 '현실적 돈' 사이에서 고삐가 달려 있지 않은 미술품의 가격 책정이 더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생각했다.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최명윤 교수는 "한국에서는 그림이 돈이 되고 그래서 감정이 필요한 역사가 짧다"고 현재 감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재 감정의 중요한 기초를 이루는 것은 감정사의 안목인데, 이것이 진위 판단의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라며 "감정 자격증제가 생긴다고 해서 당장 100% 진위를 가릴 수 있게 되지는 않겠지만, 미술품에 대한 안목과 분석을 합치시키는 근사치에 접근하기 위해선 그런 제도적 장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일차 감정 결과를 여러 제3기관에서 다시 검증해 재검토 해보는 '감정에 대한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최병식 교수는 "미술품의 감정이 잘못 됐거나 위조했을 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생겨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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