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9천억 '벤처양식' 만들었다

지난해 정부 자금을 민간투자로 돌려 벤처 활성화를 꾀하고자 마련된 모태펀드가 2년 간 네 차례에 걸친 출자로 9천억원에 이르는 벤처 투자재원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다.

모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벤처투자가 올 2차 출자사 선정작업을 마친 가운데 모태펀드에서 2천921억원이 배정돼 9천1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이 결성될 예정인 것으로 5일 잠정 집계됐다.

40여개에 이른 모태펀드 출자 투자조합의 자금들은 취약 분야 지원이란 정책성과 수익률 극대화란 투자사업 고유의 목표를 바탕으로 벤처업계의 성장을 위한 양식이 된다.

모태펀드는 대규모 벤처 투자재원 마련 외에도 건전한 벤처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설립초기·지역소재·여성 벤처기업 등 벤처캐피털들이 높은 위험성으로 투자를 꺼렸던 취약 분야 기업들이 모태펀드의 덕을 보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그간 9개 콘텐츠 전문 투자조합의 결성을 도와 영화 등 국내 문화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기도 했다.

또 가까운 장래 먹거리가 될 부품·소재 분야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 분야 3개 전문조합의 450억원 규모 투자재원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최종 프리젠테이션 심사 등 철저한 운용사 선정으로 정평이 난 한국벤처투자는 부실회사들이 넘치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선진화를 도모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선진적인 형태의 유한회사형(LLC) 펀드가 뿌리를 내리는데 기여했다. 올해까지 3개 LLC형 투자조합이 모태펀드의 지원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한국벤처투자는 운용사 선정과 투자조합 사후관리에서 현장조사와 전자보고 체계를 바탕으로 감독을 강화하되 조합 운용기간 및 투자진행, 조합해산 등 과정에선 벤처캐피털들이 원활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각 투자조합들이 5~7년에 걸쳐 운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모태펀드의 성적표를 지켜보기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 '벤처 붐' 당시 무분별한 투자와 비리 등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최근 5~6년의 벤처캐피털 실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우량한 성적이 기대된다.

모태펀드 자금이 조합에 투입되면 그 다음부터 해당 재원은 민간 벤처캐피털들의 손에서 투자로 집행된다. 수십억원의 자금이 투자사와 벤처기업 간 사적 계약으로 흘러 다닌다는 점에서 부패를 막고 벤처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방식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더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최근 모 창업투자회사 대표 등이 투자를 한 벤처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입건된 사례나, 이익실현 직전에 회사 고유계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부도덕적 행위로 모태펀드 출자가 취소된 또 다른 창투사의 사례 등에서 한국벤처투자가 부실 방지를 위해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태펀드 출자현황(단위:억원)

2005년 결성 투자조합 중 일부는 추가 출자 및 출자금 이탈로 결성총액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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