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선인터넷 솔루션업종을 중심으로 적잖은 소프트웨어(SW)업체가 코스닥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 탓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장 분위기' 탓으로 주가 부진의 책임을 돌리기도 하지만, 산업 경쟁력 약화가 SW업체에 꾸준히 제공됐던 '주가 프리미엄'을 상실케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SW주는 무궁무진한 사업영역과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적 대비 고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만만찮은 해외 경쟁자와 답보상태에 빠진 수익 창출 구조가 확인되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됐다는 진단이다.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무덤덤한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출이 급증할 것이란 기대로 고평가를 받아왔는데, 고만고만한 수준을 유지하니까 시장이 SW업종에 실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주식시장은 이미 SW업종에 여러번 배신당했다"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자화자찬과 해외시장 진출 선언은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팔리는 SW주...바닥 뚫고 지하실 진입
최근 상장한 인포뱅크, 포인트아이, 엑스씨이(XCE), 사이버패스, 팅크웨어 등은 물론이고 기상장종목인 안철수연구소, 인프라웨어, 인프라밸리, 신지소프트, 유엔젤 등도 주가 하락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연구소와 인프라웨어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개선된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97억원과 12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30억원 규모를 유지, 지난해보다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그러나 주가는 지난 1월 이후 반토막났다.
모바일 브라우저업체 인프라웨어 역시 지난 2분기 8억7천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한때 4만4천75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만8천200원으로 주저앉았다.
신규상장종목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서 다들 며칠만에 공모가 대비 30% 내외로 하락했다. 공모가 7천500원에 지난 21일 상장한 XCE는 6일만에 5천3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와 1주당 수익액의 비율인 주가수익률(PER)도 7.8배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일반적인 제조업체보다도 낮은 수준.
이 때문인지 상장을 준비 중이던 장외 SW업체들이 상장시기를 늦추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끊임 없이 요구받는 성장성에 대한 '증명'
SW업체 관계자들은 주가 급락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장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그러나 장 분위기가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25일 상장한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젠트로엔 세상 모든 악재가 비껴가는 분위기다. 공모가 2천200원으로 거래 개시된 젠트로는 사흘만에 4천190원까지 올랐다. 벌써 두배다.
지난 7일 공모가 2만4천원으로 코스닥시장을 노크한 영화배급업체 미디어플렉스도 4만원 내외에서 머물고 있다. 자동입출금기(ATM) 관리사업체 한국전자금융 역시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즉, 최근 코스닥 신규상장종목의 부진은 대부분 SW업종에 국한돼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SW업종의 부진에 대해 "기대했던 해외시장 공략이 쉽지 않음이 확인되자 주식시장이 현실감각을 되찾았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는 15개 정도의 SW업체를 지켜봤는데 최근엔 관심 갖고 지켜보는 SW업체가 몇 개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투자 매력이 생긴다"면서 "유지보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더존디지털웨어가 훌륭한 모델"이라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사실 나는 SW업체에 대해 제조업체보다도 낮은 PER을 적용한다"며 "SW업체라고 해서 실적이 순식간에 급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SW업체가 다른 업종의 대기업이 잘 풀려야 같이 잘 나가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올해 IT산업 해외매출이 부진하자 중소형SW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매출 규모가 작은 데다 시장 환경이 자주 급변해 장기투자할만한 SW업체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의 조정장이 끝나면 성장성이 돋보이는 종목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만기자 ot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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