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대부분의 정보기술(IT) 제조업체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바로 몇 안 되는 대기업들이다."
대기업이 없으면 중소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말. 최근 열린 모 대기업의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의 '몸집'까지 관리하는 행태를 비판하자 이렇게 대꾸한다.
대기업 위주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제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협력업체의 이익 규모를 통제하거나, 기술을 빼가고, 납품단가의 인하를 강요하는 일들이 마치 자연스런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인식 하에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제대로 실현될 리 없다. 상생으로 포장된 정부 정책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활발히 손을 맞잡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상은 암담한 상황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일그러진 상생의 일면에 불과할 뿐이다. 대기업의 횡포로 무너지는 기업들의 사례가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중소기업인들이 만든 대·중소기업상생협회에 몰려든 하청업체들의 수가 100여 곳에 이를 정도.
상생에 앞서 인식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대기업들이 먼저 협력업체를 진정한 동반자로 여길 때 상생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공정한 경쟁과 균형 잡힌 관계가 설정됐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발전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대·중소기업상생협회를 중심으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협력업체와 모범적인 관계를 이어온 대기업이 협회 가입을 타진하고 있는가 하면, 모 대기업은 그룹 차원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중소기업과 거래 관계를 투명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다.
국내 경제 및 고용창출 면에서 중소·벤처기업의 건전한 발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 사법기관 등도 진정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일에 과감히 나서기를 기대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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