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과 주요 외신의 관심이 쏠렸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신호로 해석됐다. 동시에 값비싼 메모리 가격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 지를 두고는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만 146.6조원 벌어들인 삼성전자
7일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9.3%, 영업이익은 1810.3%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합치면 올해 상반기에만 14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10년(2016~2025년) 동안 벌어들인 누적 영업이익의 약 38%에 해당하는 규모다.
증권가는 이번 실적에 상반기 특별성과급 충당금 약 15조~20조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어 110조원에 육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삼성전자가 최근 하향 조정된 시장 컨센서스(75조~84조원)를 상회하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며 "1~2분기 분의 일회성 노무비 충당금(15조원 이상으로 추정)을 반영하고도 거둔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JP모건은 또 "예상보다 강력했던 메모리 가격 강세와 원화 약세가 실적 호조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정말 어려운 숙제"라며 "미래를 위한 현명한 투자를 제대로 집행할 때인 만큼 고민이 클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고공행진 시대, 언제까지
이번 실적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영업이익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도 '이번 실적'보다 '이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변화율의 정점(Peak Rate of Change)'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업황이 꺾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D램 가격 상승률과 실적 개선 속도는 점차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AI 투자 기대감이 높은 만큼 메모리 관련 종목의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반도체 주가 조정을 추세 전환이 아닌 '여름철 조정'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설비투자가 2027년 약 1조50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메모리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올가을부터 반도체 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 실적을 계기로 AI 메모리 시장을 다시 점검했다.
로이터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AI 투자가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향후 메모리 업황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메모리 인플레이션(Memory Infl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삼성전자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스마트폰과 PC 제조사의 원가 부담도 함께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고객사의 수요 저항과 중국 메모리 업체 제품으로 일부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제 공급 확대 가능성과 AI 투자 지속 여부를 함께 점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반도체 주가 조정을 AI 랠리의 종료가 아니라 '숨고르기' 과정으로 해석했다.

韓 증권가 "메모리 경쟁력 유효" 이달 말 빅테크 CAPEX 발표 주목
국내 증권가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과급 충당금을 반영하고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며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 메모리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수익 창출력이 다시 한번 시장 기대를 넘어섰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은 최소 2027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삼성전자의 실적보다 다음 숫자로 옮겨가고 있다.
이달 말 발표될 SK하이닉스의 2분기 확정실적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가 그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이 공개할 AI 설비투자(CAPEX)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일시적인 호황에 그칠지, 장기 성장 국면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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