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배고픈 아이들 밥 먹이는 결식아동 급식카드로 술과 담배를 구매하는 등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낙인감 우려 등으로 미사용되는 충전금도 상당했다.
국무조정실(실장 윤창렬)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보건복지부(장관 정은경)와 합동으로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아동급식카드(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18세 미만 취약계층 아동들의 결식 예방과 영양개선을 위해 음식점 등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서 아동급식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급하는 카드이다.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35db6adf5a7bb.jpg)
2025년 기준 182개 지방정부에서 급식카드를 발급·운영 중이며 약 15만명의 아동이 급식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예산은 2025년 기준 5621억원(지방비 100%)이다.
급식카드가 아동의 식사와 무관하게 술·담배 구매 등 부적정하게 사용되고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전국 17곳의 광역시․도별 각 1곳의 시․군․구를 선정해 표본 조사한 결과, 서울, 인천, 부산, 광주를 제외한 13개 광역 시도에서 급식카드로 술, 담배를 구매한 내역이 있었다.
카드 가맹점 중 편의점의 경우는 술, 담배에 대해 결제 시스템을 통해 결제를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일반 마트에서는 편의점과 같은 결제 차단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아 급식카드로 술이나 담배 등 아동 급식과 무관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결식아동의 부모가 자신의 가게에서 급식카드 충전금 전액을 허위 결제하거나(총 55명, 약 1억7000만원), 일반 마트 업주와 모의해 자녀의 급식카드를 마트에 맡겨 두고 세제, 휴지 등 생활용품 등을 다량으로 일시 구매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아동급식 취지에 맞지 않거나 무관한 업종 또는 시간에서의 사용도 있었다. 182곳 지방정부의 2025년 1~8월까지의 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발급카드의 약 14%(2만2000장)가 1회 이상 식사와 관련이 적은 업종에서 사용됐다.
카페에서 약 11억원(0.5%), 학원․병원․미용실 등 생활시설(약 1억4000만원), 술집(약 700만원), PC방․ 만화방 등 오락시설(약 500만원) 등에서 총 1억5000만원(0.1%)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식사 시간이 아닌 심야시간(오후 10시~새벽 6시 이전)에 결제된 금액이 전체 급식카드 결제금액(2096억원)의 약 4.4%인 약 93억원에 달했다. 사용내역으로는 편의점(약 40억원, 42.9%), 일반음식점(약 37억원, 40%), 카페(약 3억2000만원, 3.4%) 등에서 사용됐다.
급식카드 발급, 자격변동 등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는 보건복지부의 표준매뉴얼에 따라 급식지원 결식아동을 복지정보 통합시스템인 ‘행복e음’에 등록해 상시적으로 자격 적정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 일부 지방정부는 ‘행복e음’에 등록하지 않고 별도의 카드발급 시스템으로만 관리하고 있었다.
결식아동이 급식카드에 충전된 급식비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해 자동 소멸되는 금액이 많았다. 2024년 기준 카드 충전액 중 전부 사용되지 못하고 소멸된 금액이 총 171억원으로 전체 충전금액(약 2207억원)의 약 7.8%에 달했다.
미사용 원인으로는 카드를 사용했을 때 아동의 낙인감 우려, 사용방법 미숙지 등으로 확인됐다. 충전금액의 10%도 사용하지 않은 아동도 4800여명에 달했다.
아동의 급식목적 외 사용을 근절할 수 있도록 카드사 가맹점, 결제시스템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방정부가 카드사와 협의해 술․담배 등 금지 품목 결제제한 시스템을 일반마트까지 확대한다. 결제제한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소형마트 등에 대해서는 허위 결제나, 생활용품 구매 등 구매내역을 수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술집 등 아동의 식사 목적에 맞지 않는 업체는 가맹점 등록이 자동 제한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미 등록된 가맹점도 업종을 재확인해 부적정 업종은 가맹점에서 신속하게 제외하도록 할 방침이다. 심야시간 이용도 제한토록 할 예정이다.
급식카드 발급과 이후 자격변동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지침 개정을 통해 지방정부 담당자의 카드발급 이후 행복e음 시스템 등록 의무를 명확히 할 방침이다.
아동의 식사권이 지원액만큼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카드 사용방법과 미사용 충전액 등 안내를 강화하기로 했다. 카드를 발급할 때 사용방법 등 사전안내를 강화하고 사용액이 적은 아동 가구에는 사용가능 잔액 안내(문자알림 등)를 통해 사용을 독려하기로 했다.
카드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로 지적된 낙인감 우려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지난해 8월부터 182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카드 색상, 표기 등 디자인에 불필요한 낙인효과 요소가 있는지 선제 전수조사를 실시해 이미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은 “지방정부가 급식카드 발급에 치우쳐 관리에는 소홀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급식카드의 경우 장점도 있는데 도시락․반찬 배달 등 급식 지원 제도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대안의 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아동급식카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부적절한 품목 결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아동들이 이용가능한 식당이나 잔액을 몰라 지원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용자 맞춤형 안내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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