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나일론은 옷부터 자동차까지 우리 일상 곳곳에 쓰이는 대표적 플라스틱 소재다. 원료 대부분은 석유화학 공정으로 만들어져 많은 탄소를 배출해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나일론 핵심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총장 이광형)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시스템 대사공학(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설계·최적화해 원하는 물질 생산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활용해 재생 가능한 탄소원 ‘글리세롤(친환경 바이오 부산물)’로부터 ‘나일론 6’ ‘나일론 6,6’의 핵심 3종(아디픽산,헥사메틸렌다이아민, 엡실론 카프로락탐)을 생산할 수 있는 대장균 기반 모듈형 플랫폼을 개발했다.
‘나일론 6’는 유연성이 높아 의류·필름 등에 사용된다. ‘나일론 6,6’은 강도와 내열성이 우수해 자동차·기계 부품 등에 활용된다. 나일론 이름 뒤 숫자는 원료 분자에 포함된 탄소 개수를 의미한다.
![나일론6,6과 나일론 6 단량체 생산 모식도.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eff103529a637b.jpg)
이번 연구의 핵심은 생산 경로를 상·하류 균주 두 개로 나누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대장균이 이를 나눠 맡도록 한 점이다. 상류 균주는 글리세롤로부터 아디픽산을 생산하고 하류 균주는 이를 다시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또는 엡실론 카프로락탐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나일론 6,6의 핵심 원료인 아디픽산과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나일론 6의 핵심 원료인 엡실론 카프로락탐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효소(생체 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카복실산 환원효소와 트랜스아미나아제를 비교·검증해 최적의 조합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엡실론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는 여러 기능을 결합한 융합효소를 설계해 반응 효율을 높였다.
상류 모듈에서는 생합성 경로(생체 내 화합물이 생성되는 일련의 반응 과정)를 재구성하고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핵심 효소 성능을 개선해 생산량을 높였다. 그 결과 발효 공정에서 아디픽산을 6그램 퍼 리터(g/L) 수준까지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대장균을 동시에 넣지 않고 먼저 아디픽산을 충분히 만든 뒤 두 번째 균주를 나중에 투입하는 ‘지연 접종(delayed inoculation·시간차 공배양)’ 전략도 적용했다. 이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을 유가 배양식(영양분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발효 방식) 발효 공정에 적용한 결과 글리세롤만을 사용해 헥사메틸렌다이아민 230 밀리그램 퍼 리터(mg/L), 엡실론 카프로락탐 808 마이크로그램 퍼 리터(μg/L)를 생산했다.
생산량은 높지 않은데 글리세롤에서 직접 생산한 사례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석유화학 공정에 의존하던 나일론 원료를 바이오 기반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일론 6와 나일론 6,6 생산에 필요한 핵심 단량체를 재생 가능한 탄소원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는 모듈형 미생물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효소와 대사 흐름을 더욱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다양한 바이오 기반 고분자 원료를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Metabolic engineering of Escherichia coli for the biosynthesis of nylon 6 and nylon 6,6 monomers)는 생명화학공학과 안다희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논문으로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에 5월 4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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