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지하 공사 구간의 철근 누락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가 해당 사실을 주요 현안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국가철도공단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양측의 책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감리 보고서…철근 누락 등장 부분 찾아보니
20일 아이뉴스24가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건설사업관리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국가철도공단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 건설공사(토목) 건설사업관리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표지를 포함해 457쪽 분량이다.
지하 5층 철근 누락 내용은 78쪽에 처음 등장한다. 지난해 10월 30일 업무일지 기록이다.
해당 기록에는 “기둥 철근 누락에 따라 기둥 강도가 부족해 보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처리 방안도 제시됐다. 문제점과 검토 내용을 정리해 발주처에 보고하고, 구조검토 결과를 반영해 구체적인 보강안을 수립한다는 내용이다. 자문회의와 구조시험을 거쳐 안정성을 확인한 뒤 지하 5층 기둥 구조물을 보강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11월 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은 나온다. 430쪽 분량의 11월 건설사업관리중간보고서 67쪽에는 11월 7일 ‘지하 5층 기둥 보강 회의’ 기록이 담겼다. 이 회의에서는 도면 해석 오류에 따른 지하 5층 기둥 주철근 누락 문제가 논의됐다.
사흘 뒤인 11월 10일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감리 회사인 삼안은 서울시에 해당 내용을 정식 보고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서울시의 보고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건설사업관리중간보고서 등을 통해 세 차례 보고했다는 지적에 대해 공단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냈다. 공단은 “건설사업관리보고서는 내용이 매우 방대해 보고서에 그 내용의 일부가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를 보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단은 특히 보고서의 주요 내용 요약과 시공 실패 사례에 철근 누락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철근 누락의 주요 내용을 요약 보고하거나, 별도 보고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공단 관계자는 “중요한 사안은 공문의 주요 부분이나 별도 보고 형식으로 표시해 보고한다”며 “이번처럼 보고서 중간에 포함하는 방식은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반박하고 있다. 건설사업관리보고서는 관련 지침에 따라 작성됐고, 철도공단도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기술진흥법상 중대한 건설사고 여부에 따라 별도 보고 여부가 결정된다”며 “이번 철근 누락 사안은 별도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업관리보고서는 발주청이 현장 감리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매월 작성하는 정기 감리보고서다. 작성 기준도 정해져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항상 같은 형태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왔다”며 “10월 보고서에는 철근 누락이 한 차례 언급됐지만, 11월에는 네 차례, 12월에는 10차례 기재됐다”고 말했다.

관련법 모호하다?…법조문 해석 따라 책임 소재 달라지나
책임 공방은 건설기술진흥법 해석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안이 관련법상 건설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공이 완료된 뒤 발생한 부실이 아니고, 시공 중 현대건설이 자진 신고한 사안”이라며 “관련 규정상 건설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건설사고에 해당한다면 관련 규정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현장에서 기준에 맞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철도공단의 책임도 거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철도공단도 서울시가 제출한 보고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했다”며 “철도공단도 사업 위탁자로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진흥법 제2조는 건설사고를 사망 또는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1000만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사고로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105조는 중대한 건설사고의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사망자 3명 이상, 부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나 건설 중이거나 완공된 시설물이 붕괴·전도돼 재시공이 필요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반면 서울시에 명확한 보고 의무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철근 누락이 부실 공사 우려 사안인 만큼 현장 점검과 보고 절차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박용갑 의원실 관계자는 “수탁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는 부실 공사 우려가 있으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진흥법 제54조와 시행규칙 제48조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발주청은 건설공사의 부실 방지와 품질·안전 확보가 필요한 경우 현장 점검을 할 수 있다. 점검 결과와 조치 결과는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면 같은 법 제91조에 따라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영동대로 3공구는 삼성역 공사 구간이 포함된 대형 지하 인프라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7000억원 규모다. 지하철·버스 환승센터와 GTX-A·C 노선 승강장이 들어서는 핵심 거점이다.
사업은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수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고 있다.
문제가 된 구간은 지하 5층 기둥 80곳이다. 설계상 2개씩 배치돼야 할 주철근이 1개씩만 시공됐다. 누락된 철근은 약 2500개, 총 178톤 규모다.
현대건설은 보강 공법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철근이 누락된 기둥 외벽 전체를 두꺼운 강철판으로 감싸 용접하는 방식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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