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균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가운데 하나가 ‘코스피 5000’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코스피200 추종 ETF를 직접 구매했다. 이 공약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코스피는 지난 2024년 ‘12.3 내란’ 이후 계속 추락해 2025년 5월 2500 안팎에 머물러 있었다. 이 대통령의 정적들은 이 공약을 조롱하느라 바빴다. 그 비아냥의 언어들은 박제된 채로 기록에 남아 있다.
코스피는 지금 5000이 아니라 6000을 넘어 7000을 돌파했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6000조 원을 넘어 세계 8위권에 올라섰다. 이 믿기 어려운 일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벌어졌다.
![코스피 7000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a6e3bf6766f0c.jpg)
코스피 급등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더 격동적이었다. 그는 사실상 ‘국제 깡패’였다. ‘관세 폭탄’으로 세계 공급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하도 터무니없어 미국 대법원마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관세 폭탄’을 제조하고 있다. 이란 전쟁도 일으켰다.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경고등이 번쩍거렸고,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코스피 급등은 이런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 일어났다. 지수가 폭락해도 충분히 이해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수는 반대로 움직였다. 급등한 지수가 지나친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더 오를 거란 기대도 작지 않다.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은 급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만 50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전만해도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수치다. 온기는 다른 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1년 만에 벌어진 이 극적 반전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의 실력 덕분인가, 아니면 운(運)이 좋았기 때문인가. 그리고 이 희망적인 드라마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잔뜩 들뜬 모두에게 코스피는 지금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실력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12.3 내란’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시민의 민주 역량은 칭송받아 마땅한 우리 실력이다. 정치가 계속 혼란스러웠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및 부동산 정책도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겠지만 최악은 아니었던 듯하다. 자본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가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며 돈도 대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본원적인 제조 경쟁력을 유지해 온 기업들의 솜씨도 우리 실력이다.
큰 행운도 따랐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은 우리 산업에 천운과도 같았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은 AI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는 그 수혜를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반도체 전력 전선 배터리 등 AI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I와 하드웨어가 접목되는 피지컬AI가 급부상하면서 다른 제조 산업 분야로도 수혜가 번지고 있다. 호전적인 트럼프의 정책마저 조선과 방산 등의 분야에서 우리 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코스피 7000은 우리가 지난 수십 년 알게 모르게 피땀 흘리며 쌓아온 저력과 AI 시대라는 세계적인 천운이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다시 살피며 또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때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실력을 과신하거나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더 단련해야 한다. 또 우연히 주어진 운(運)을 자신이 노력한 공(功) 때문이라고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들뜨면 자세가 틀어질 수 있다. 잔뜩 흥분한 나머지 실력과 운에 대해 오판하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분수에 넘치는 주식 투자, 신뢰와 대화를 상실한 노사 관계, 국민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 모두 추락에 앞서 나타나는 전조 현상들이다.
자신의 공(功)과 운(運)을 잘 구별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공은 운을 넘지 못한다. 운은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와 같다. 돌변한다. 영원하지 않다. 그 사실을 제대로 인정해야 자세를 반듯하게 할 준비가 된 것이다.
/이균성 기자(sere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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