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전기차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산업이 방위산업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실장은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부대행사 '더배터리컨퍼런스(TBC)'에서 "현재 배터리 업황은 전체 수요의 약 70~80%를 차지하는 친환경차, 그중에서도 순수전기차(BEV) 판매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며 "전기차 외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것이 산업 회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실장[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e18bd2ffa6b58.jpg)
그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나 하이브리드(HEV)도 친환경차에 포함되지만, 실제 배터리 업황은 순수전기차 판매량이 좌우한다"며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 자체가 순수전기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판매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며 "한국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시장이 중요한데, 이들 시장이 중국에 비해 부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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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실장은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했고 미국도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성비가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한국 기업의 주력 상품인 삼원계 배터리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황 실장은 "2022년까지만 해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 점유율이 중국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현재는 중국 기업에 추월당했고 격차도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용 드론·잠수함 주목…"우방국 공급망에서 한국 기회"
황 실장은 배터리 신수요 분야 가운데 하나로 방위산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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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정세 악화로 글로벌 국방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국방비는 첨단기술을 결합한 무인 무기체계 쪽으로 많이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군용 드론은 전장에서 이미 활용되는 무기체계로 체공 시간과 소음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위산업은 특성상 우방국 중심 공급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한·중·일인데 중국 배터리를 쓰기 어려운 경우 한국 기업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도 주목할 시장으로 들었다.
황 실장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한국과 독일이 경쟁하고 있는데 잠수함 역시 기존 압축전지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시장 2035년 최대 60조달러 전망도 나와
휴머노이드는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제시됐다.
황 실장은 "휴머노이드 시장 전망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골드만삭스는 2035년 시장 규모를 380억달러로 전망했지만 모건스탠리는 60조달러까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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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실장은 "AI가 휴머노이드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되면 인지·추론·학습 능력이 올라가고, 그만큼 전력 소모도 커진다"며 "결국 휴머노이드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 원가 비중도 언급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대략 4~1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전기차보다 비중은 낮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면 배터리 산업에는 상당한 수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휴머노이드도 결국 미국 빅테크 중심 공급망과 중국 중심 공급망으로 갈 가능성이 큰데, 첨단산업에서 중국 견제 흐름이 이어진다면 중국 배터리를 쓰기 어려운 영역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데이터센터 확산…"ESS 시장 전망 2~3년 사이 크게 확대"
황 실장은 "ESS는 원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문제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며 "최근에는 AI 시장 확대와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가 겹치면서 ESS 시장 전망이 2~3년 전보다 더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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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 데이터센터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배터리 기반 ESS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도 주목했다.
황 실장은 "미국은 주(州) 정부 차원의 ESS 지원 정책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제도 변화 속에서도 ESS 관련 세액공제는 남겨뒀다"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할 때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현지 투자나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적어도 미국 ESS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처럼 위기 극복 가능"…고성능 배터리 신시장 선점 필요
황 실장은 한국 배터리 산업이 구조적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력 시장인 전기차가 둔화하고 있고, 중국과의 경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미국 투자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정책 불확실성까지 커져 업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반등 가능성도 언급했다.
황 실장은 "조선업도 한때 위기 산업으로 불렸지만 업사이클(상승 국면) 전환에 대비한 투자와 친환경 선박 경쟁력 확보, 한미 협력 등을 통해 반등했다"며 "배터리 산업도 비슷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중국보다 고성능 배터리 쪽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며 "드론, 휴머노이드, ESS처럼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높은 신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소재·장비 기업 등 667개 기업이 2382개 부스로 참여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14개국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도 참가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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