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정부가 개인정보 침해사고와 관련해 KT에 전체 가입자 대상 위약금 면제를 29일 권고했다. 신고 지연과 조사 방해 정황에 대해서는 3000만원 이하 과태료와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LG유플러스의 서버 폐기 문제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국회 일각에서는 사고 은폐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T·LG유플러스 침해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3eac9728e44a8.jpg)
정부 "KT, 전체 가입자 대상 위약금 면제" 권고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KT와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침해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KT에 과실이 발견된 점, KT가 계약상 주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 규정이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입자 대상 위약금 면제를 권고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KT 펨토셀 부실 관리로 인해 야기된 평문의 문자, 음성통화 탈취 위험성은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한 일부 이용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KT 전체 이용자가 위험성에 노출됐던 것"이라며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계약상 주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이번 침해사고는 KT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KT 이용약관상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 회사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측은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발표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고객 보상과 정보보안 혁신 방안이 확정 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T·LG유플러스 침해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8da4d4830464c.jpg)
LGU+ OS 재설치⋯정부 조사 '차질'
정부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KT와 LG유플러스 모두에서 조사 방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정 사업자의 네트워크 경로상 주요 서버 등이 모두 OS 재설치 또는 폐기되면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KT의 경우, 악성코드 감염 정황이 제기된 서버와 관련해 폐기 시점과 내역을 허위로 제출했다. 백업 로그 존재 사실을 뒤늦게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를 단순 착오가 아닌 고의적 조사 방해 가능성으로 보고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KT는 침해사고 신고를 지연하거나 미신고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침해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인지한 후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KT는 발생 사고에 대해 지연신고를 하거나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정보통신망법 제76조에 따라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내부 자료 유출이 제보된 이후 관련 서버가 운영체제(OS) 재설치 또는 폐기되면서 침해 경로와 피해 범위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해당 조치가 사고 인지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대응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국가 기간통신망에서 침해사고 은폐 의혹과 조사 방해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영업정지나 신규 가입 제한 등 직접적인 행정제재는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T·LG유플러스 침해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9bafb4b288b94.jpg)
이해민 "도청 가능성까지 확인됐는데…정부 조치, 너무 가볍다"
국회에서는 조치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정부는 영업정지나 신규가입 제한과 같은 실질적인 행정 제재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KT가 도청이 가능하도록 허술하게 국가 통신망을 운영해도 정부의 결론은 고작 3000만원 수준 과태료 처분과 위약금 면제 판단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핵심 서버가 기업에 의해 폐기돼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통신사 해킹과 사고 은폐에 대해 극히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영업정지 등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조치는 마치 강 건너 불구경 수준에 그쳤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면 그 결과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조치하겠다는 액션 플랜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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