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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면 1초 만에 피 멈춘다 [지금은 과학]


육군 소령 참여한 KAIST 연구팀, 차세대 파우더 지혈제 개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뿌리면 1초 만에 피를 멈추게 하는 차세대 파우더 지혈제가 개발됐다.

전쟁에서 부상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는 원인은 과다출혈이다. 육군 소령이 참여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뿌리기만 하면 1초 후에 출혈을 멈추는 차세대 파우더 지혈제를 개발했다. 전투원 생존성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와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공동연구팀이 상처 부위에 뿌리기만 하면 약 1초 이내에 강력한 하이드로겔 장벽을 형성하는 파우더형 지혈제를 개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뿌리면 1초 만에 피를 멈추게 하는 차세대 파우더 지혈제가 개발됐다. 육군 소령이 참여한 연구팀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사진=KAIST]
뿌리면 1초 만에 피를 멈추게 하는 차세대 파우더 지혈제가 개발됐다. 육군 소령이 참여한 연구팀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사진=KAIST]

이 기술은 육군 소령 연구팀이 직접 참여해 실제 전투 환경을 고려한 실전형 기술로 완성도를 높였다. 높은 사용성과 저장성으로 전투, 재난현장 등 극한 조건에서도 즉각 경화되는 특성을 구현해 응급처치가 즉시 가능하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패치형 지혈제는 평면 구조로 인해 깊고 복잡한 상처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보관과 운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깊고 큰 불규칙 상처에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파우더 형태의 차세대 지혈제를 개발했다. 하나의 파우더만으로 다양한 상처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보했다.

기존 파우더 지혈제는 혈액을 물리적으로 흡수해 장벽을 형성하는 방식이어서 지혈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액 속 이온 반응에 주목했다.

이번에 개발한 ‘AGCL 파우더’는 알지네이트·겔란검(칼슘과 반응해 초고속 겔화·물리적 밀봉), 키토산(혈액 성분과 결합해 화학적·생물학적 지혈 강화) 등 생체적합 천연 소재를 결합한 구조이다. 혈액 속에 칼슘 등 양이온과 반응해 1초 만에 겔 상태로 변해 상처를 바로 밀봉한다.

파우더 내부에 3차원 구조를 형성해 자체 무게의 7배 이상(725%)에 달하는 혈액을 흡수할 수 있다. 고압·과다출혈 상황에서도 혈류를 빠르게 차단한다. 손으로 강하게 눌러도 버틸 수 있는 압력 수준인 ‘40kPa’이상의 높은 접착력으로 상용 지혈제보다 훨씬 뛰어난 밀폐 성능을 보였다.

AGCL 파우더는 모두 자연 유래 물질로 구성됐다. 혈액과 접촉해도 안전한 용혈률 3% 미만, 세포 생존율 99% 이상, 항균 효과 99.9%를 나타냈다. 동물실험에서도 빠른 상처 회복과 혈관·콜라겐 재생 촉진 등 우수한 조직 재생 효과가 확인됐다.

외과적 간 손상 수술 실험에서는 출혈량과 지혈 시간이 상용 지혈제와 비교했을 때 많이 감소했다. 수술 2주 후 간 기능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전신 독성 평가에서도 이상 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

뿌리면 1초 만에 피를 멈추게 하는 차세대 파우더 지혈제가 개발됐다. 육군 소령이 참여한 연구팀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사진=KAIST]
이번에 개발한 지혈제는 빠르게 피를 멈추게 하는 게 특징이다. [사진=KAIST]

이 지혈제는 실온·고습 환경에서도 2년 동안 성능이 유지됐다. 군 작전 현장이나 재난 지역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이번 연구는 국방 목적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첨단 신소재 기술이다. 재난 현장, 개발도상국, 의료 취약 지역 등 응급의료 전반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매우 크다.

전투현장에서의 응급처치부터 체내 수술 지혈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방과학기술이 민간으로 확장된 대표적 스핀오프(국방과학기술을 민간 영역에서 활용)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2025 KAIST Q-Day 총장상과 2024 KAIST–KNDU 국방 학술대회 국방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과학적 혁신성과 국방 활용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연구에 참여한 박규순 KAIST 박사과정생(육군 소령)은 “현대전의 핵심은 인명 손실 최소화”라며 “군인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술이 국방과 민간 의료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기술로 쓰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논문명: An Ionic Gelation Powder for Ultrafast Hemostasis and Accelerated Wound Healing)는 KAIST 박규순 박사과정, 손영주 석박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스티브 박 교수, 전상용 교수가 지도한 이번 연구는 화학·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에 지난 10월 28일 자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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