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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월북 몰이 의혹' 文 안보라인 '전원 무죄'[종합]


1심 "사건 처리, 정식 체계·절차 따라…문서도 존재"
"삭제 정보, 군·국정원 전산망에 원정보 그대로 남아"
"文 '있는 그대로 알려라'…서훈도 '수사관여 말라' 지시"
피해자 유족 "판결, 전문성 없는 초등학생 수준 낭독문"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원이 2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몰이'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욱 전 국방부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게 각각 징역 3년씩을 구형하고 노 전 실장에게도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서 전 실장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망 피해자인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관련 논의·지시·보고·분석·조치 및 결과 보고, 수사 등이 모두 정식 체계와 절차를 따랐을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문서로 남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월북'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관련 조치, 보고 등은 다수가 참여하는 회의를 거쳐 논의와 검토 끝에 이뤄졌다"면서 "그 과정에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다른 내용, 혹은 일부 사실을 숨긴 내용의 자료가 제공되거나 특정한 결론이 내려지도록 사전에 교감·지시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관련 보고서나 정보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최초 전파시 첩보의 민감성과 출처 보호 필요에 의해 배포선이 제한돼 전파되었어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 없이 합참, 국정원에 일반전파되었다가 뒤늦게 긴급히 삭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 "'사실 그대로' 대통령 지시 어겼을 리 없어"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떠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또 "이를 지시·전달한 일부 피고인들을 비롯해 직접 실행한 업무담당자 누구도, 단지 해당 업무와 상관없는 직원들에게까지 전산망을 통해 노출·전파되지 않도록 하려는 인식과 의도였을 뿐, 해당 정보나 보고서 등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만드려는 인식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볼 여지도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피고인들에게 그러한 삭제조치를 할 권한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실제 국방부(합참), 국정원의 해당 전산망에는 삭제된 해당 정보나 보고서 자체나 원정보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 전 실장 등이 고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사실을 확인해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릴 것'을 명확하게 지시했고, 이에 따라 피고인들의 후속조치가 이뤄졌다"면서 "검사 주장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지시를 어겼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고인 서욱·박지원·노은채가 이 사건 특수첩보 관련 내용의 삭제·회수를 지시·전달해 실제 삭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내용 삭제만으로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최초 사건 발생시부터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인지한 사람의 수가 국정원 내에만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피고인들이 애초에 이러한 사실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월북 몰이 공작' 의혹에 대해 판결문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부정했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당시 대북 관계를 중시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서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피격·사망한 것으로 사건을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별도 조치 없다가 보도 나오자 '피격·소각' 발표"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실종 사실이 알려진 초기부터 당국은 실족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하고 자살인지, 월북인지에 대해 파악하려 애쓰면서 자살 쪽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보이고 북한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이 알려진 후에는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시에는 월북 여부는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후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이었다"면서도 "당국은 구조됐다는 판단 하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몇시간 후 피격·소각되는 일이 벌어져 상황이 급변하자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는 등 사실 확인을 위한 절차를 밟다가 연합뉴스의 보도로 인해 부득이 그때까지의 정보를 분석해 망인의 피격·소각 사실을 발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그때까지의 군 정보 등을 종합하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판단의 타당 여부를 해경청의 수사를 통해 확인하려 했다"면서 " 수사 지휘·책임자인 해경청장 피고인 김홍희가 월북(시도)한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이를 발표하고, 당국은 기존의 군 첩보 등에 의한 근거 외에 해경청의 수사결과를 근거로 하여 종래의 월북 판단을 계속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 무엇보다 당시의 수사상황일보 등 각종 수사보고서나 관련 문서 등을 보면, 해경의 수사는 대충 진행되어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인천해경서 수사팀은 일선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사항을 수사해 일일이 보고했고, 해경청 본청 역시 피고인 김홍희의 주도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을 진행했다"면서 "피고인 서훈도 국가안보실 지휘라인에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배치되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월북으로 몰고 갈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 측 주장이 막연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은)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확인해서 발표'하도록 지시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군의 경우에는 월북으로 판단되는 경우 경계실패의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에 월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 더 유리했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월북 여부 판단 아냐,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에 불과"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다만 "이 판결은 망인이 월북한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지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으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유죄가 인정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무궁화 10호'에 승선해 불법조업 등을 단속하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36분쯤 선상에서 실종됐다가 이튿날 오후 9시 40분에서 10시 50분 사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은 소각됐다. 이 정보는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계속 전파됐다. 서 전 실장은 국방부장관과 국정원장이 참석하는 제1차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했는데, 이후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이씨의 피격·소각 사실에 관한 정보가 모두 삭제됐다.

이후 국방부는 서 전 실장 지시로 '망인의 월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는 내용의 최초 분석보고서를 작성했고, 이것이 군의 공식 입장이 됐다. 해경 역시 인천해경서 명의로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해경청은 표류예측결과분석 등을 추가로 반영해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2차 수사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씨가 채무와 도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언론에 공표했다.

1심 선고가 끝난 뒤 유족 측은 "오늘 법원 판단은 전문성 없는 초등학교 수준의 낭독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 형 이래진씨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것을 정당하다고 했다"면서 "왜 군대가 있고, 왜 검사·판사·경찰이 있는 것이냐"고 판결을 비판했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 이래진 씨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 뒤 법정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2025.12.26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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