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대북 제재 속 북한의 '검은 돈'을 움직여 온 '유령 은행가'가 미국 당국에 의해 지목됐다.
![대북 제재 속 북한의 '검은 돈'을 움직여 온 '유령 은행가'가 미국 당국의 수사망에 올랐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df669bcb1030f6.jpg)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법무부 기소장과 재무부 제재 자료를 토대로 '심현섭'이라는 북한 국적 금융인이 수년간 국제 금융망과 암호화폐 시장을 활용해 북한 자금 세탁을 주도해 왔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심 씨는 북한 조선광선은행(KKBC) 소속으로, 미국 당국은 그를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의 핵심 연결 고리로 보고 있다.
그는 가명과 유령회사를 이용해 미국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접근했고, 암호화폐와 장외거래(OTC)를 결합한 방식으로 자금의 출처를 숨겨왔다.
아울러 해킹 등을 통해 탈취된 암호화폐는 장외 브로커를 거쳐 달러나 위안화로 전환한 뒤 북한으로 송금되거나 해외에서 물자 구매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중동 등지에 흩어진 중개인과 페이퍼컴퍼니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자금의 이동 경로를 여러 차례 분산시키는 '세탁망' 역할을 하며 국제 금융 당국의 추적을 피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심과 연계된 네트워크를 통해 약 7400만 달러가 미국 금융기관을 경유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소장에는 심 씨가 이 같은 일에 가담한 구체적인 사례도 담겼다. 미국의 한 블록체인 개발자가 지급한 암호화폐 용역비가 심 씨가 통제하는 계좌로 흘러 들어간 뒤 세탁된 정황이 적시됐다. 통신 장비와 헬리콥터 등 군사·전략 물자 조달 자금에도 관여한 혐의가 제기됐다.
![대북 제재 속 북한의 '검은 돈'을 움직여 온 '유령 은행가'가 미국 당국의 수사망에 올랐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d9dd49d2c1471c.jpg)
![대북 제재 속 북한의 '검은 돈'을 움직여 온 '유령 은행가'가 미국 당국의 수사망에 올랐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5223b4bdde2003.jpg)
특히 최근 북한의 새로운 외화 획득 수단으로 주목받는 '해외 파견 IT 인력'과의 연계도 드러났다. 북한 IT 인력들이 신분을 위장해 미국과 유럽 기업에 취업해 벌어들인 수익이 심 씨가 구축한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본국으로 송금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과 정보 당국은 수년에 걸쳐 심의 통신 기록과 금융 거래를 추적해 왔으며,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23년 그를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FBI는 심 씨의 체포로 이어질 결정적 정보를 제공할 경우 최대 700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실질적인 제재 집행에는 한계도 분명하다. 심 씨가 중국을 비롯한 범죄인 인도 협력이 제한적인 국가를 거점으로 활동해온 데다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국제 금융망의 복잡성이 체포와 자금 동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그의 활동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북한이 국제 금융 시스템의 취약 지점을 정교하게 파고들며 제재를 우회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암호화폐, 해외 IT 인력, 유령회사를 결합한 북한의 자금 조달 방식이 점점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제재 틀을 넘어선 국제 공조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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