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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대전시의 ‘빵산책’ 발간... 선정의 달콤함만 있고 그늘은 없나?


빵집 105곳 선정... 非선정 가게엔 ‘차별’이고 ‘배제’

[아이뉴스24 강일 기자] ‘빵의 도시 대전’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대전이 빵의 성지로 여기지는 최근의 트랜드다. 그래서 이제 대전은 절대 ‘노잼도시’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한다.

성심당이 전국적 명성을 얻었음은 물론, 이로 인해 대전 지역 곳곳에 개성 넘치는 빵집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중심의 소비 문화 속에서도 지역 제과점이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다.

대전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사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일 기자]

대전시가 ‘노잼도시’의 오명에서 ‘꿀잼도시’로 서둘러 바꾸고 싶었는지 빵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엮었다. 시는 6일 시민 추천과 전문가 검증을 거쳐 105곳의 빵집을 소개한 책자 ‘빵산책 in 대전’을 발간하고 QR코드와 지도 정보까지 알려준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취재결과 시민추천은 대전시 홈페이지 '대전의 맛'을 통해서 진행했으며, 모두 459명의 시민이 참여, 1인당 3곳을 추천토록 했다.

특히 시는 시민 추천 후 일선 구청과의 자료 공유를 통해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책 발간의 이유로는 오는 8일 개막하는 '대전0시축제'를 기해 대전의 빵집을 알릴 계기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선정되지 않은 빵집에겐 "분발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좋은 해석으로 살펴보면, 빵지 순례를 유도한 관광진흥 정책의 일환이자,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그 이면이다. 행정이 직접 ‘맛’을 선정하고 ‘가게’를 공인하는 행위, 과연 그것이 공공의 역할일까.

음식은 주관적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단팥빵이 1등이고, 어떤 이에게는 크루아상이 최고다. 그런데 시가 나서서 ‘여기가 대표 빵집’이라고 선정하고 책자를 만들어 배포한다면, 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업소는 어찌될까.

‘대전 대표’에서 빠졌다는 것은 묵시적인 탈락, 혹은 ‘비추천’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시민이나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이미 ‘시가 추천하지 않은 집’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맛집 선정은 원래 민간의 영역이다. 최근엔 유튜브 등 다양한 평가 플랫폼,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콘텐츠가 넘친다. 이 가운데 시민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자신만의 맛집을 찾는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선정’을 하고 ‘검증’을 했다는 순간,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정책 행위가 된다.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이라는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더욱이 해당 책자는 세금으로 제작됐다. 공공예산이 일부 업소에 혜택을 제공하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그 업소가 책자에 실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님 수와 매출이 늘어난다면 이는 명백한 간접 지원이다. 반대로 탈락한 업소에겐 차별이다. 같은 도시의 세금을 내고도 배제된 셈이다. 이것이 정당한가?

행정의 개입은 때로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장을 왜곡하고, 공공성의 경계를 흐릴 위험이 있다면 ‘차라리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공공의 몫은 민간의 영역에 그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컨대 책자를 제작하려 했다면 ‘대전 빵의 역사’나 ‘빵 산업 구조’를 담은 공익적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더라면 더 의미 있었을 것이다.

‘빵산책’은 대전의 향기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를 위한 빵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겐 빵이 생계이고, 삶이고, 하루 하루의 고투다. 그 무게를 공공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편 대전세종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전지역 빵집의 수는 프랜차이즈 가게를 포함해 모두 849개로 조사됐다. 1만명 당 5.9개꼴로 서울과 대구에 이어 특·광역시 중 세번째로 많다.

발간된 ‘빵산책 in 대전’ [사진=대전시]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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