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조국통일을 기치로 K민국 제1사단이 국경을 넘어 N인민국으로 진군을 시작한다. K민국 정부는 이에 대해 '군부의 독주'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낸 후 N인민과 손을 잡고 1사단의 제압에 나선다. 그런 상황에서 무국적 용병군인 '와일드기스'를 이끌고 있는 지휘관인 당신에게 두 나라로부터 군사협력을 요청하는 타진이 날라 온다.>
일본 중견 게임사인 겐키가 지난 22일 소니의 휴대용게임기용으로 제작, 발표한 전략 시뮬레이션 타이틀인 '대전략 포터블'의 기본 스토리다.
비록 이 회사가 이니셜을 섞어 국가 이름을 달아 놓았지만, 조금이라도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알고 있는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번 이 게임이 '한반도 내전'을 다룬 타이틀임을 낌새 챌 수 있다.
제2의 한반도 전쟁을 기정사실화해 결과적으로 자국의 군사대국화를 정당화하려는 듯한 이 같은 일본 게임의 등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우경화 경향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니셜은 '폼'...노골적으로 한반도 전쟁 묘사
<(한반도 내전으로) 인접하는 대국 C인민국, R공화국, (K민국과 군사협력 관계에 있는) A합중국 ... 그리고는 관망하던 인접국 J국에도 불통이 튄다.>
이니셜로로만 봐도 한반도 내전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문제로 번지고 있음을 금방 연상할 수 있다.
게임을 한꺼풀 더 벗겨 보면 국가 이름 이니셜은 '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닛(게임 속에 등장하는 보병, 전투기, 군함 등) 설명을 확인하면 이니셜 대신 국적이 실명 그대로 적혀 있다. J국 보병 국적은 'JAPAN', K민국 보병 국적은 'KOREA' 등...
애초부터 대놓고 제2의 한반도 전쟁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개발했다는 얘기다.
또 한반도에서 발생한 내전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무국적의 용병군(와일드 기스)'은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져 사실상 일본군이 내전을 해결하는 듯한 인상도 풍기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아무리 게임이라고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며 "남의 민족이 겪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이처럼 재미 삼아 자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발상부터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잇따르는 우경화 게임
이 게임 개발사인 시스템소프트는 자국이 최근 한국, 중국 등과 영유권 분쟁으로 반한, 반중 감정이 높아진 틈을 이용해 이번 편에서는 아예 자위대가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되찾은 뒤 제주도까지 제압한다는 내용까지 집어 넣었다.
또 자위대가 북한 핵시설을 공격할 뿐 아니라, 센가쿠열도(중국 댜오위섬의 일본명)에서 전투를 벌여 중국군을 무찌르는 등 주변국을 온통 적대국으로만 묘사했다.
또 자국이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해 중앙아시아 분쟁에 개입한다는 자찬식의 줄거리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우경화 경향은 이미 전작인 '현대대전략 2004'에서는 북한 반란에 개입해 정권을 교체하는가 하면, '현대대전략 2002'에서는 독도 점령 시나리오 등으로 극우적인 성향으로 그대로 드러났었다.
북한 중앙방송은 이 게임이 발표되자, "일본 우익 반동의 군국화와 아시아 재침야망을 그대로 드러낸 전주곡"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을 정도다.
◆반한감정·우경화 양분삼아 출현
"야후재팬 게시판에 가서 일단 한국이라고 검색해 보십쇼. 절반 이상이 욕하는 겁니다. 한국에 반감을 품은 일명 '혐한'이라는 일본인들의 활동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죠."
"종종 혐한들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나서 총(조센진의 변형어)들은 다 죽어라'는 글귀를 게시판에 남기는 데, 일본의 극우게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같은 글귀가 떠오를만큼 섬뜩합니다."
일본에 5년째 유학중인 'ojijo01'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국내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루리웹'에 올려 놓은 글이다.
그는 "한국, 북한 등에 대한 강한 반감과 일본의 우경화가 반영된 게임들"이라며 "'혐한' 우익들이 정말로 매우 즐겨 할만한 게임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전략 시리즈의 경우 2차대전을 다룰 때부터 게임을 즐겨 하던 팬들이 국내에도 적잖다"며 "일본어로만 표기돼 있어 내용도 모른채 한반도 전쟁을 치루는 네티즌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영유권 분쟁이나 역사왜곡 등의 문제로 이런 우경화된 일본 콘텐츠들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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