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는 올 지극히 '변화무쌍'한 해를 보냈다.
지난 2000년 이후 '벤처 거품'이 빠지면서 지지부진했던 실적이 대폭 흑자로 반전됐다. 초기 벤처기업의 지분 50%이상을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경영참여 투자가 허용되는 등 관련 법·제도도 적잖이 개선됐다.
향후 1조원 규모로 결성될 모태펀드가 태동을 알렸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대규모 기관출자자를 통한 투자재원도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형성됐다. 이를 통해 '벤처 붐' 이후 최대 규모의 신규투자가 일어난 것을 물론이다.
부실투자조합이 대거 만기에 이르면서 중·소규모 벤처캐피털들이 구조조정에 휘말릴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지만, 다행스럽게 102개의 창투사가 무사히 한 해를 넘겼다. 그런가 하면 투자 대비 1천%의 수확을 올리는 '대박'을 터트리며 '웃음꽃'을 터트리는 업체들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10~20%에 불과한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투자 관련 제도가 선진국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된 반면 아직까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자각하는 모습에서 향후 업계의 발전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해보기도 했다.
벤처기업과 함께 성장하고자 애쓰는 그들에게 과거 부실과 일부 도덕적 해이를 들어 악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 대한 경계심도 느꼈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에 대한 신뢰가 보다 확고해질 수 있도록 삐딱한 인식을 바로잡는 기사를 쓰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창투사들이 대규모로 코스닥 새내기주들의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서 주가하락의 탓을 창투사에 돌리는데 대한 반대 시각의 기사가 그런 예였다. 벤처캐피털들이 보다 빨리 투자사의 자금을 회수해 또 다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 시 창투사에 적용되는 보호예수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벤처캐피털 업계에 부탁하고자 하는 건 단 한 가지다. 일반에 좀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
벤처기업 대표들을 만나 벤처캐피털 얘기를 꺼내면 "다분히 돈에 집착하는 이들"이란 소리를 어렵잖게 듣는다. 벤처캐피털 업계 종사자들도 일반인에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면 으레 부정적인 눈초리를 보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기자가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다가서면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나", "회의 중이라 답할 수 없다"며 외면해 버리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회사의 방침상 언론을 기피하거나, 현 상황이 어려워 할 말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필히 알아야 할 뉴스가 아니라면 굳이 '알권리'를 운운하며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진 않았다. 단 벤처캐피털 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각 업체 스스로가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에 자신의 현 상황과 입장을 명확히 알리는데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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