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사전투표를 하고 오는 길이에요. 비밀 투표이니만큼 어느 건설사를 찍었는지는 말 못 합니다."
지난 7일 오후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의 은행주공아파트 앞에서 만난 한 조합원 부부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는 1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조합은 8일까지 이틀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사전투표를 실시했다.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2025.02.07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89cf779d5fe931.jpg)
한파가 몰아닥친 가운데서도 두 건설사의 경쟁은 후끈 달아올랐다. 아파트 단지 앞은 경쟁 구도를 형성한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각각 내건 현수막들로 가득했다. 조합원들에게 제안 조건을 설명하기 위해 설치한 홍보관은 단지 인근에 두 회사가 나란히 마련, 각종 현수막과 입간판을 세워놓고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지난달 서울 한남동에서 있었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 수주경쟁을 떠올리게 했다.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2025.02.07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a44ed1dae3ad51.jpg)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2025.02.07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1530711dc1cb39.jpg)
이날 오후2시 포스코이앤씨의 설명회에는 20~30명의 조합원이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 한 조합원은 "가족을 대리해 투표할 예정인데 포스코이앤씨의 설명이 만족스럽다"면서도 "아직 두산건설 홍보관은 방문해보지 않았으나 그쪽 얘기를 들어본 후 의사결정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 홍보관은 기자 출입을 금지해 분위기를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지난달 24일 개관한 포스코이앤씨의 홍보관에는 이날까지 은행주공 아파트 조합원 2070명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2025.02.07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877380a36c18e2.jpg)
시공능력 7위와 32위 간 대결…공사비는 두산이 저렴
지난해 국토교통부 기준 시공능력은 포스코이앤씨 7위, 두산건설 32위다. 대주주는 각각 포스코그룹(포스코홀딩스)와 사모펀드인 큐캐피탈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은행주공에 자사 브랜드인 '더샵'을 활용한 '더샵 마스터뷰'를 새로운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두산건설은 '더 제니스'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3.3㎡당 공사비는 두 회사 모두 600만원대를 제안했다. 지난 2018년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715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해 시공사로 선정된 후 공사비 인상 및 공사기간 연장 문제로 갈등을 빚다 시공 계약이 취소된 바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 낮은 공사비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의 제안 공사비는 698만원이다. 조합 사업비 한도를 8900억원으로 설정하고, 그 중 2400억원을 무이자로 조달해주는 조건을 걸었다. 우량한 신용등급인 A+를 보유하고 있어 조합원 분담금 경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골든 타임 분양제(일반분양 시기 선택)를 제안하고, 발코니 옵션 및 철거 부산물 판매 수익은 조합이 가져가도록 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은행주공아파트를 '더샵 마스터뷰'로 시공해 3200가구 규모의 성남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충실히 제안했다"며 "(단차가 있는) 아파트를 과거 시공사인 GS건설이 제안한 것처럼 2단 설계하고, 이에 더해 '명품 특화 설계'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컨소시엄의 경우 공사비 증액에 대한 내역이 없어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는데 우리는 815장에 달하는 내역서를 준비했으며 커뮤니티시설도 44개에서 55개로 늘려 제안했다"며 "두산건설에 비해서는 2억800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절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건설의 공사비는 635만원으로, 포스코이앤씨보다 63만원 낮다. 계약일로부터 2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실착공 이후 공사비를 고정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 중 800~900명은 실거주하고 있고 1100~1200명은 외부에 거주하고 있다"며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실거주 조합원들은 공사비나 추가분담금에 민감하고, 외부 거주자들은 비용보다는 주거시설의 고급화를 원하는 것으로 보여 이런 점이 시공사 선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2025.02.07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d8deb03c94c28a.jpg)
각 건설사 대표 총출동⋯한치도 양보 없는 '전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표이사들이 저마다 현장을 찾아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6일 경기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홍보관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수주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전경. 2025.02.07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4b33ecbd87bca5.jpg)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용적률이 116%로 낮아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에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1987년 6월 입주했으며 1·2단지를 합쳐 총 2110가구에 달한다. 재건축 후엔 지하 6층~지상 30층 총 3198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치열한 경쟁은 비방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두산건설이 입찰 제안서와 다른 마감재와 문주 디자인을 적용한 데다, 두산건설을 두산그룹 소속이라거나 비례율에 대해 거짓 홍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절차 위반 사안들의 법률 검토를 거쳐 조합에 두산건설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입찰보증금 350억원을 몰수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조합은 지난 7일 두산건설에 '시공자 홍보활동 관련 규정 엄수 및 제2차 경고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입찰제안서에 포함되지 않은 수정계약서를 조합에 제출했다는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홍보활동을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조합은 두산건설에 경고 공문을 보내 절차에 맞게 홍보활동을 하지 않으면 총회 이후 법적 분쟁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 수주경쟁의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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