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어느 한 놀이동산 속 유령의 집에서 태어난 분홍색 곰돌이. 귀여운 외모 탓에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어려워 유령의 집을 뛰쳐나왔지만,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몸을 자유자재로 늘려 15m의 초대형 조형물이 되기도 하고, 15cm의 작은 액세서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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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 '벨리곰'의 세계관은 이렇게 소개돼 있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로, 기업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주인공이다.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 170만명을 보유하는 등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가에 등장한 기업 대표 캐릭터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로고나 이미지를 노출하는 게 아니라 탄생 비화, 스토리 등 세계관을 구축해 부담 없이 다가가고 있어서다.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며 매출 상승과 충성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굿즈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롯데홈쇼핑 벨리곰은 홈쇼핑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대표 캐릭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문한 '콘텐츠 비니지스 강화'와도 맞아떨어진다. 벨리곰은 '일상 속 웃음을 주는 곰'이라는 콘셉트의 캐릭터인데, 팝업스토어와 공공전시로 인지도를 높여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23년부터는 대만, 일본 등 해외 진출에 나서 글로벌 IP(지식재산권)로 성장했다. 현재 굿즈 판매, 브랜드 협업 등으로 발생한 누적 매출은 200억원을 돌파했다.
유통가 최초로 자체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 '벨리곰 매치랜드'도 개발했다. 지난해 7월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범 출시했는데, 누적 다운로드 수가 2만회를 넘어서며 가능성을 엿봤다. 벨리곰 매치랜드는 문을 닫은 놀이동산 벨리랜드를 이용자가 재건하는 스토리의 블록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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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콘텐츠 제작사 스토리피크와 협력해 자체 캐릭터 '흰디'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 '흰디와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해!'를 선보였다. 흰디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강아지를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흰디가 젤리 모양의 젤핑, 젤뽀, 젤봉 3명의 '젤리씨앗단' 친구들을 만나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지녔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디지털 체험 매장 '튠'을 통해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흰디가 점내 시설이나 행사 등을 안내한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협업해 흰디 젤리를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자체 캐릭터 '푸빌라'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푸빌라는 하얀 곰을 닮은 솜뭉치 캐릭터로, 핀란드어로 '솜'을 의미한다. 화장품 브랜드 키엘과 손잡고 한정판 굿즈를 개발한 데 이어 자사 모바일 앱에 푸빌라를 활용한 미니 게임도 만들었다. 게임 콘텐츠 출시와 함께 모바일 앱 이용자가 전년 대비 38.4% 증가했다.
![롯데월드타워에 전시된 '에메이징 벨리곰' 모습. [사진=롯데홈쇼핑]](https://image.inews24.com/v1/eb1b7c9f1033c3.jpg)
이처럼 유통기업들이 자체 캐릭터 IP 사업에 힘쓰는 이유는 신사업 발굴과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 이용 경험률은 95.7%, 캐릭터 상품 구매 경험률 81.5%에 달하는 등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있는 자체 캐릭터를 한번 만들면 이후 마케팅 비용은 크게 낮아져 효율이 높다"며 "단순히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아이템 발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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