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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벤처지원자금 '나홀로 집행' 문제


 

정부 각 부처의 벤처 자금지원 정책이 민간 투자기관과 연계 없이 산하기관과의 협력만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벤처 붐'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고 있는 벤처 활성화 대책은 '정부의 직접 자금지원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7일 현재 정부기관이 산하 평가기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벤처 출연사업은 8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출연사업과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기관의 반응은 아직까지 미온한 상황.

벤처캐피털 업계는 정부의 벤처 출연사업이 보다 투명성을 갖추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와 연계돼 시장 기능이 흡수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 벤처 출연사업 89가지 이르러...VC와 연계 거의 안돼

최근 산자부가 펴낸 기술사업화 정부지원제도 활용가이드('아이디어가 사업화되기까지')에 따르면 기술사업화 관련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 환경부, 복지부, 농림부, 중기청 등의 자금지원사업은 89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융자로 지원되고 있는 산자부의 '산업기술개발자금 중 특허과제'를 제외한 88가지는 출연, 즉 상환 없는 지원(일부 제외)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산자부가 48가지로 가장 많고 복지부가 14가지, 과기부가 8가지, 중기청과 환경부가 각각 6가지, 농림부가 4가지, 정통부가 2가지의 벤처 출연사업을 각각 실시하고 있다.

이들 출연사업은 각 부처가 산업기술평가원이나 전자부품연구원,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 산하기관과 함께 벤처기업의 신기술에 대한 평가작업을 거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사업에 따라 지원을 받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을 출자하도록 하거나 향후 일정 비율을 상환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장의 투자전문가인 벤처캐피털과 연계된 사업은 거의 없다.

산자부가 실시하고 있는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의 경우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이뤄진 기업에 대해 정부자금을 출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농림부의 4가지 지원사업도 정부자금을 받기 위해 일정 비율의 매칭펀드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거의 활성화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중기청이 벤처기업의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창투사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VC와 연계시 '시장기능 첨가→실효성 제고'

벤처캐피털 업계는 벤처기업에 대한 대부분의 정부 출연사업이 부처 및 산하기관의 평가만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직접지원은 과거 정통부의 정보화촉진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회사채 담보부 유동화증권(P-CBO)이 대거 부실화돼 돌아왔던 전례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정부의 벤처 출연사업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시장의 투자전문가와 연계돼, 투명성과 실효성을 한 단계 높이는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벤처캐피털 업계의 의견이다.

한 창투사 사장은 "장기적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비중이 확대돼야 벤처업계가 보다 건실해지고, 창업자들도 정부 및 금융기관의 융자에 따른 개인입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출연사업과 벤처캐피털 투자의 연계는 벤처기업이 정책자금과 금융기관의 융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과 벤처캐피털의 투자비중이 확대되는 장래 사이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정책자금과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동시에 받아 대규모 사업자금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산자부가 실시하고 있는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의 경우 기술과제에 대해 정부가 개발비용의 75%를 지원한다. 이때 출연을 받는 벤처기업은 정부 지원금의 75%를 벤처캐피털 등 민간에서 조달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시장의 평가·감시 기능을 가미시키고 있다.

지난 2000년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319개 벤처기업이 산자부 지원 및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가운데 이 중 파워로직스, 해빛정보 등 15개 벤처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부도가 난 기업은 4곳에 불과해 벤처캐피털과 연계에 따른 실효성이 배가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VC협회, '정부출연+민간투자' 활성화 추진...VC 역량 높이는게 과제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협회는 산자부와 중기청을 중심으로 정부 출연과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함께 진행되는 형태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기부, 정통부 등 여타 정부기관과 해당 출연사업이 민간의 투자기능과 접목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의 보증 및 융자를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연결짓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벤처캐피털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산자부와 중기청을 제외하곤 정부부처의 반응이 미온적인 상태"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협회 차원에서 정책자금과 벤처캐피털 투자의 매칭을 주요 추진사업 중 하나로 정해, 지속적으로 정부 측의 관심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벤처캐피털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안심하고 민간의 투자기능을 흡수하기 위해 창투사 및 신기술금융회사들이 투자역량을 강화하는 게 요구된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기업투자 관련 부서 관계자는 "정부부처와 벤처캐피털 간 협력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벤처업계에 대한 민간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데 이견을 내놓을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단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는 아직까지 투자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투자수익을 높이는 동시에 우수인력을 양성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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