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신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기소할 경우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공수처에 공을 넘기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재발부 받은 체포영장의 명분을 약화하는 한편, 수사 국면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윤 대통령의 의중이며 변호인단 생각도 같다"고 못박았다. 다만 "관할이 없는 서울서부지법에 기소하거나 영장이 청구되면 수용할 수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할 경우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수처의 '불법 수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쥐고 있는 체포영장 집행의 정당성을 직접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을 지금 체포하겠다는 목적은 조사를 위한 것인데, 제 검사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는 다른 증거가 다 확보가 된 후 마지막으로 피의자에게 확인하는 단계"라며 "그럴 바에야 기소 절차를 밟고, 재판에 응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을 소환 조사해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일반적인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 응하겠다고 하면 수사기관도 꼭 체포해 들어야 하는 진술이 없는 한 피의자 의사를 존중한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진술을 듣지 않으면 구속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직접 소명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는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그런 소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체포영장 집행 시) 되려 '증거도 없는데 체포하려고 했느냐'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구속영장 청구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체포영장 집행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에서는 사전 구속영장과 기소에 대한 직접 출석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오히려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윤 변호사는 "불법적인 수사나 사법 절차에 대해 이를 용인하거나 응하는 건 매우 나쁜 선례와 역사가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 너무나 많은 갈등·혼란·분열이 생기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분열과 갈등이 있어서도 안 되고 더 이상 선량한 우리 국민들과 공무원들이 고생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대형 사건을 여럿 수사한 고검장 출신 법조인은 "사전구속영장은 구인장이 나오긴 하지만 자진 출석해서 법정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기소되더라도 재판장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기에 체포로 인해 수갑을 차는 모습 등을 안보여도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 물리적 충돌이나 체포됐을 때의 (윤 대통령의) 모습이 남는 것을 벗어날 수 있으니 이를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특검까지 기다렸다가 사건을 이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다른 법조인은 "공수처 입장에서는 체포영장 집행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에 특검을 기다리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의 수사를 고스란히 넘겨야하는 특검인 만큼 가장 좋은 모습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은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법안을 즉시 재발의 한다는 방침이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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