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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이대로 좋은가 [지금은 기후위기]


기후솔루션 “시대착오적 판단으로 탄소비용 2400조원 부담해야”
“지진발생 위험성도 있어”
“전 세계적 에너지 흐름과 역행”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 에너지 정책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산업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정부가 탄핵 정국 속에서 강행하고 있는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사업인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국가적으로 막대한 재정적 리스크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진 위험 또한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채산성에 대한 회의론과 분석 업체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탄소 비용까지 고려해 경제성도 부실하다는 전망까지 나온 셈이다.

기후솔루션은 8일 정부가 추진 중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가진 문제점들을 분석한 이슈 브리프 “시대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전 세계 가스와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 현재 대비 79% 감소할 전망이며, 국내 수요도 지속해 하락함에 따라 대왕고래 사업이 처치 곤란한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제시한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자원이 성공적으로 채굴되더라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잠재적 탄소비용이 적게는 213조원에서 최대 241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동해안 가스전은 운영 중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제시한 140억 배럴 규모가 채굴될 경우 30년 동안 총 58억275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배를 웃도는 규모이다.

중앙은행 기후 리스크 연구협의체(NGFS)에서 제시한 연도별 탄소비용에 근거할 경우 동해안 가스전 사업의 탄소 비용은 최대 2416조원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막대한 탄소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기후솔루션 측은 설명했다. [사진=산업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시대착오적 석유가스전 개발로 인해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탄소 빚더미를 떠넘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반영하듯 세계 50대 은행 52%에 해당하는 26개 은행과 글로벌 상위 50개 손해보험사 중 26%에 해당하는 13개 보험사는 이미 신규 석유·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을 제한하고 있다.

대왕고래 가스전 탐사가 성공하더라도 많은 금융기관이 화석연료 지원을 중단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 대한 난항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한국석유공사의 국내 대륙붕 개발 프로젝트인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탐사 이후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2035년부터 약 30년 동안 상업 생산을 한다.

해수면으로부터 1km 이상의 심해에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어 시추비용이 회당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굴 난이도 또한 높아 부존량이 확인되더라도 실제 생산까지 이뤄지려면 수십조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이 강행돼 현재는 사실상 좌초 위기에 직면한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 발전소의 사례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설명이다.

삼척블루파워는 2011년 대규모 정전 사태에 근시안적 후속대책으로 추진되면서 기후대응 기조를 예측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준공됐는데 제대로 가동조차 되지 못하며 좌초자산 위기에 빠진 대표적 화석연료 사업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동해안 가스전 개발로 인해 동남권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2023년에 수행된 행정안전부 연구를 보면 동남권에만 활성 단층이 14개 존재한다.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이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석유가스전 개발 행위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층을 자극하여 지진을 유발하거나 발생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개최된 ‘동해 심해 석유가스 시추개발, 지진 위험은 없나’ 토론회에서는 동해안 지역에서 최대 7.0 규모의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 지진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 더럼(Durham) 대학 교수팀의 연구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발생한 인공지진 728건 중 석유가스전에서 발생한 지진은 107건(14.7%)에 달한다.

지열발전에 의한 지진(57건, 7.8%)의 약 2배에 이른다. 한편, 이번 시추지역과 불과 40km 떨어진 포항 지역은 이미 2017년 지열발전 촉발 지진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으로 아직 피해 보상 소송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국장은 “2017년 포항지진이 활성단층 조사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지열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밝혀졌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산유국의 꿈을 꾸는 것도 모순이며,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전 조사도 없이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또다시 어떤 위험이 촉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왕고래를 포함한 동해안 지역의 가스전 개발 대신 해상풍력 잠재량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동해안 해상풍력의 기술적 잠재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가스전을 개발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시대적 변화를 고려해서 가스전 개발이 아닌 해상풍력 보급 가속화와 함께 배터리와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해안 지역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백서(2020년)에서 제시된 해상풍력 기술 잠재량을 달성할 경우 약 2만6142PJ(페타줄)의 에너지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동해안 석유가스전 최소 매장량에 따라 확보 가능한 에너지인 2만754PJ보다 높은 수치다.

여기에 가스·석유를 전기 생산에 활용할 경우 약 40~60%의 에너지 손실이 있다는 점, 정부가 발표한 최소 매장량 또한 불확실하다는 점, 조광 계약에 따라 해외 반출 물량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제한된 국가 자원을 해상풍력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가스팀 팀장은 “석유가스전 개발은 높은 비용과 기후환경 리스크, 글로벌 에너지 전환 추세와의 괴리로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석유가스 개발이 곧 에너지 안보라는 낡은 인식으로 저무는 시장에 베팅하느라 미래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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